
◇ 단기시세차익 초점, 금리급등으로 손실
국고채 30년물의 금리가 오르며 채권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일부 증권사가 전략상품의 일환으로 개인투자자에 집중적으로 판매한 터라 후폭풍이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고채 30년물은 원활한 장기국고채의 수급을 위해 지난달 9월 첫선을 보였다. 발행, 유통을 위해 ‘인수단(syndicate)방식’으로 발행됐으며 당시 입찰결과 ‘국고채 10년물 금리+3bp’로 가장 높은 입찰가격을 제시한 삼성증권이 총 2400억원으로 가장 많이 인수했다. 이어 ‘국고채 10년물 금리+6bp’을 제시한 KDB대우증권 700억원, 동양증권 810억원, SK증권 500억원을 배정받았다.
때마침 안전자산 선호현상의 훈풍을 타면서 이들 증권사는 국고채30년물을 되팔은 채권리테일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삼성, KDB대우, 동양증권 등 모든 증권사들이 물량을 내놓기 무섭게 시장에 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완판에 성공했다.
특이한 점은 국고채 30년물의 경우 개인의 비중이 많다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지난 11월 국고채30년물을 보유한 개인비중은 38%로 가장 높다. 9월 첫발행당시 그 비중은 거의 50%에 육박하기도 했다. 국고채30년물이 발행되기 이전 장기투자수단으로 활용됐던 국고채 10년물은 기금, 보험 등 기관비중이 80%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기관투자자 중심인 장기국고채시장에서 유독 국공채 30년물만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증권사가 잘팔기 위해 시세차익에 초점을 맞춘 과열마케팅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대금급감에 따른 주식브로커리지 침체로 탈출구를 채권리테일로 돌리면서 기관보다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개인들이 타깃이 됐다.
지난 9월 기관을 배제한 채 개인투자자에 초점을 맞춰 완판에 성공했던 삼성증권이 대표적이다. 주로 보유자산 10억원 이상인 거액자산가들이 매입했으며 이들에게 되판 국고채 30년물의 매도가격은 약 2.97% 안팎으로 이 과정에서 대략 7bp 정도를 수수료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달콤한 말을 믿고 투자에 나선 콘손들조차 국고채 30년물투자에 따른 손실이 만만치않다.
최근 국고채 30년물의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수익률에 비상이 걸렸다. 처음 국채시장에 거래할 때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3.02%. 이후 지난 10월 10일 2.94%로 바닥을 찍고 급등하며 지난 11일에는 3.30%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가격과 금리가 거꾸로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30년물 금리급등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 손실 6-7% 수준, 회복도 불투명
실제 지난 11일 30년 국채의 발행금리는 3.30%로 첫발행거래금리 3.02% 대비 약28bp가 올랐다. 국공채 30년물에 10억원(평균 듀레이션 19.64 기준)을 매입했을 경우 약 5488만원(196만원*28)의 손실을 본 셈이다. 여기에다 증권사에게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대략 7bp 를 감안하면 수수료금액은 약 1379만원(196만원*7)으로 총 6867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전문가는 “30년물 투자의 경우 이미 마이너스 6~7%의 평가손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펀드매니저도 금리방향이나 금리수준이 적정한지 많이 고심하고 투자하는데, 개인을 상대로 판매하면서 관련위험 리스크 축소하고 베스트 바이 케이스만 부각해서 판매한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 PB들이 세일즈할 때 금리인하가 유력한 상황에서 보름만에 6~7%의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포인트로 강조했다”며 “하지만 10월 기준금리는 내렸으나 오히려 시장금리는 상승 쪽으로 반응하며 손실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손실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IBK투자증권 이혁재 연구원은 “뷰에 따라 전략은 180도 달라진다”며 “하지만 시장금리가 상승추세로 돌아서고 있는데다, 기준금리인하가 이뤄지더라도 이미 시장금리가 금리인상재료를 반영해 국고채 30년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채권은 주식과 달리 만기보유를 전제로 투자하고 일정기간 이자를 받는 등 금리변동 충격이 덜하다”며 “장기채권투자하는 고객의 경우 채권투자의 경험이 많아 일시적으로 금리변화로 손실을 입어도 큰 동요는 없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