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국내 VC산업은 투자편중이 심하다. 회수시장 부재로 인한 실적위주의 투자가 대다수인 것.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스라엘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스라엘은 VC산업에서 기초가 되는 인큐베이터 시스템이 가장 잘 구축된 나라로 바이오·방위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선진국이다.
지난 22일 COEX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이스라엘 하이테크&벤처캐피탈 서밋’에서는 VC산업의 부상, 이스라엘 VC산업이 주는 시사점, 국내 VC업계 노력 등의 주제로 논의가 펼쳐졌다. 국내 경제가 지식기반 구조로 발전될수록 VC산업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기 때문이다.
◇ 국내경제, 아이디어 중심의 지식경제 전환…VC역할론 대두
OECD는 지식기반경제를 지식의 창출·확산·활용에 근거한 경제라고 정의한다. 생산의 3요소(토지, 노동, 자본)가 아닌 지식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는 경제·사회구조인 것이다. 현재 컴퓨터·전자·우주항공·바이오 등의 첨단기술 산업, 교육·정보통신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이 범주에 속한다.
최근 국내경제도 지식기반경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생산의 3요소가 중요했던 산업기반경제에서의 탈피가 막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VC산업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경제가 지식기반체제로 들어서는 가운데, 이 체제에서 VC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COEX 인터콘티넨탈에서 열린 ‘한-이스라엘 하이테크 & 벤처캐피탈 서밋’에서도 ‘지식기반경제 속에서의 VC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서밋에 참여한 윤종록 연세대 교수는 “국내경제는 산업기반에서 지식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아이디어를 앞세운 新기업의 창업이 국내 고용창출 등 다양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의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기업들의 성장은 VC없이는 이뤄지기 힘들다”며 “이들의 성장과 함께 VC업계의 성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바이오산업의 투자부진 등 국내 VC업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행보를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아브 첼루크 IAIT(이스라엘 하이테크산업협회) 회장도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이 발달된 지식기반경제는 기업창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소시켰다”며 “지식기반경제는 과거보다 적은 비용으로 다국적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경제체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라엘에서 VC산업은 국가간 경계가 없는 글로벌 산업으로 인식된다”며 “한-이스라엘간 교류를 통해 이스라엘 VC산업의 선진화기법이 한국에 전수된다면, 국내 VC산업의 미래도 밝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VC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역량·능력·과정이 아닌 결과로만 사업성패를 판단하는 국내창업시장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테드 김(Ted Kim) FIIA(외국인투자기관협의회) 회장은 “국내 창업시장에서 지적되는 가장 큰 문제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업평가다”며 “국내 창업희망자들의 사업에 대한 열의는 해외 대비 결코 뒤지지 않지만, 사업을 실패한다면 제2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결과 중시 사업평가는 VC업계가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저해한다”며 “국내 VC업계는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결과 중시 사업평가가 VC업계의 투자기피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 VC로 지식경제대국 자리한 이스라엘, “국내 VC 롤모델”
향후 국내경제에 있어 VC산업이 핵심으로 부상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국내 VC업계에서는 이스라엘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1948년 건국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각 산업(한국)·지식(이스라엘)기반 경제구조를 가졌다는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글로벌 VC업계 최강국이라는 점 또한 국내 VC업계가 이스라엘을 롤모델로 삼은 이유다.
첼루크 IAIT 회장은 “이스라엘의 지식기반경제는 전통산업에서 창의성을 결합한 구조다”라며 “이스라엘의 VC산업이 강한 것은 인큐베이션 프로세스가 잘 구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초등학교부터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그룹프로젝트를 통한 가상창업 및 M&A 등의 교육을 실시한다”며 “이 같은 교육은 이스라엘 창업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왔고, VC산업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스라엘 VC업계의 핵심은 방위·바이오·의료기기산업이라고 꼽았다. 이 산업들은 국내 VC업계에서는 ‘사장’됐다고 봐도 무방한 산업들이다. 첼루크 회장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대립하고 있는 나라이기에 군사력이 중요하다”며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하이테크에서 기인하며, 관련 R&D 예산 또한 다양하며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VC펀드들이 방위산업에 투자하면서 자체 발전을 이룩했고, VC투자는 방위산업에서 하이테크 기술이 핵심으로 부상하게 만들었다는 것.
그는 “이스라엘은 통신·보안 등 전문가그룹이 특별교육을 통해 하이테크 산업인재를 육성한다”며 “VC투자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의료기기 등 생명공학산업에서도 VC가 큰 역할을 수행한다. 바이오산업의 경우 기업 자체적 노력과 지원이 결합돼야 발전을 꾀할 수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자신들보다 의과대학이 많은 미국보다도 수준 높은 바이오산업을 가지고 있다.
요시 스몰러 MOITAL(이스라엘 벤처 인큐베이터 기관) 디렉터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은 고용창출효과를 유발시키는 산업은 바이오산업이다”며 “바이오산업은 기업의 기술력과 정책적 지원이 결합돼야만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 바이오산업에서 VC가 큰 역할을 수행했다”며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미국보다 수준 높은 바이오산업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VC업계는 이스라엘의 선진 VC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MaC Fund(한-이스라엘 중소기업 지원 공동펀드)’다. MaC Fund는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작년 6월 350억원 규모의 1차 펀드가 구성됐다. 내년 2월까지 650억원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대상은 신재생에너지, IT 등으로 양국 중소기업간 협력에 따른 약정액의 약 60%가 투자된다. 홍성혁 M-Venture 대표이사는 “MaC Fund는 한-이스라엘간 원천·응용기술을 결합하게 만들었다”며 “현재 IT/클린테크, 헬스케어 등 국내 VC분야에서 외면받는 분야에 MaC Fund가 투자를 실시 중이다”고 설명했다.
◇ 대선‘빅3’ 벤처지원 강조…M&A매칭펀드 등 국내 VC시장 개선 실시 중
정부는 최근 회수시장 대안마련 등 국내 VC산업 개선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대선정국을 맞아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즉 대선 ‘빅3’들이 벤처지원을 강조하고 있어 VC산업의 위상 제고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실시 중인 회수시장 대책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정책은 ‘중소·벤처기업 M&A 매칭펀드’다. 정부가 중소·벤처기업간 M&A를 지원, VC펀드의 투자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지난 5월 설립됐다. 규모는 305억원, 운용기간은 9년이며 운용 및 관리는 한국벤처투자(이하 K-VIC)가 한다. 운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중소·벤처기업의 M&A를 희망하는 기업이 펀드자금지원을 신청하면, 중기청은 ‘M&A Info Market’을 통해 투자대상 발굴 및 매칭을 진행한다. 이후 K-VIC에서 실사 및 적격여부를 판단, 통과되면 M&A가 성사된다.
M&A매칭펀드를 만든 배경은 M&A펀드 규모 대비 저조한 ‘경영권 확보 M&A 성사율’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현재 국내 M&A펀드는 21개, 7985억원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기업 수는 133개, 투자금액은 5916억원에 달한다. 반면 경영권 확보 M&A 성사비율은 8.7%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정보부족 및 자원확보 미비로 중소기업간 M&A가 저조하다”며 “M&A매칭펀드는 이 같은 기조를 타파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이병근 중소기업지원청 벤처지원과장은 “대선 ‘빅3’들이 지신기반경제를 이해하고 있고, 과거 산업기반경제에서의 탈피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VC산업의 가장 큰 문제인 회수시장 부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의문”이라며 “긍정적인 것은 대선주자들이 벤처시장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VC산업에 대한 지원 또한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인 ‘KONEX(중소기업주식 전문투자자 시장)’ 설립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여, 정부에서는 다양한 대안책을 실시 및 고려 중이다”며 “M&A매칭펀드는 그 대책 중 하나로 중소·벤처기업 M&A자금을 지원해 국내 VC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국내 M&A펀드 현황, M&A매칭펀드 개요 〉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