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인사 경영행사 의혹제기
현대증권 집안싸움이 새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는 지난 14일 추가녹취록을 공개하며 쟁점을 노사문제에서 투명경영강화 쪽으로 공세초점을 바꾸고 있다.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서 외부인사(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현대그룹을 비롯, 현대증권의 주요 경영현안에 영향을 미치는 등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추가녹취록를 근거로 제기한 주장에 따르면 이 외부인사는 현대증권의 현대저축은행 인수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있으며, 부실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덮고 인수했다. 또 70억원대 일본 골프리조트를 취하려는 목적으로 대출금이 235억원인 한국종합캐피탈 인수를 추진함에 따라 현대증권의 계열사인 현대저축은행의 손해를 입히려 했다.
또 외부인사의 계열사인 컨설팅회사를 통해 자문형식으로 수수료를 챙기려한 의혹도 제기했다. 높은 fee를 받기 위해 당시 윤경은 부사장에게 30~50조원에 이르는 딜도 모색하라고 지시를 내려 싱가폴과 홍콩현지법인을 통해 부당한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IB, PI의 경우 일은 현대증권 임직원이 모두 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사의 계열사인 컨설팅회사가 수수료를 챙겼다”며 “이 외부인사는 업무상 배임죄 업무방해죄가, 이를 공모한 당시 윤경은 부사장은 업무배임수재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 위원장은 또 “노조는 100만주를 보유한 주주로서 경영진의 투명한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지킬 의무가 있다”며 “단순한 노사관계, 노조가 아닌 주주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부정한 자와 연루된 경영진, 현대증권에 손해를 끼친 자에 대해서 모두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측 정당한 노조활동보장, 상생경영론으로 맞불
지난 7일 1차 녹취록 공개 당시 침묵했던 사측은 지난 13일 ‘현대증권 입장’이라는 발표를 통해 노조파괴행위 의혹에 대해 방어에서 공격으로 선회했다. 무엇보다 노조측 노조파괴주장이 사실과 다른데다 침묵을 지킬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발표문에 따르면 사측이 노조를 경영파트너로 인정하고 정상적 노조활동을 지원했다는 게 요지다.
실제사례를 제시하며 노조파괴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올해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동안 총 9.3%의 임금을 인상했으며 그 영향으로 직급별 임금이 경쟁사 대비 최고수준이다. 특히 지난 8월 퇴직금누진제 폐지에 따른 보상금으로 업계 최고수준인 총 897억원을 지급했으며. 주택자금대출, 의료비, 학자금, 피복비지원 같은 복리후생제도도 대형 금융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뒤지지 않는다. 사회양극화 해소차원에서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정규직원의 비율이 93%에 이르고 있고, 전 직원 중에서 조합원의 비율도 80%가 넘는다.
특히 노조전입간부승진 등 각종 우대정책으로 순수한 노조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노동조합 전임간부에 대한 승진우대정책을 통해 전임간부의 동기 중에 한 사람이라도 승진하면 자동적으로 승진을 시켰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매년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는 등 순수한 노조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각종 루머로 직원들의 혼란을 낳았던 인위적인 구조조정 소문에 대해서도 직원 모두가 합심해서 구조조정없이 함께 상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가 추가녹취록 공개를 통해 쟁점을 노사문제에서 경영진의 투명경영으로 넓히면서 현대증권측은 허를 찔린 분위기다. 앞에서보듯 직원입장에서 최대불안요인인 구조조정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파격적인 조치를 발표하며 노조탄압론에 맞서 상생경영 방침을 대내외에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노조측이 이에 휘말리지않고 투명경영깅화 쪽으로 선수를 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훨씬 강도높은 경영쇄신안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노조는 당장 오는 22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윤경은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주주제안권을 가진 주주로서 윤 부사장의 모럴해저드를 부각, 최대한 저지하는 등 현대증권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현대증권 관계자는 쟁점확대 관련 대응방안에 대해 “지난 13일 발표한 입장 외에 공식적으로 답변할 게 없다”며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가 제기한 주장은 그간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한번씩 언급한 내용으로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며 “법적인 조사에 들어가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그에 맞는 법적인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