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널리스트들은 과거엔 신용등급이 오르면 은행주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엔 신용등급의 긍정적 영향력이 다른 악재를 뒤집을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내다보는 금융계 관계자들이 더 많을 정도다.
◇ 무디스 기은 등급 올렸지만 별 무효과
무디스가 국가 신용등급 뿐 아니라 개별 기관 등급까지 곧 이어 올려 준 기업은행 상황이 상징적이다. 무디스는 8월 31일 기업은행 신용등급을 A1에서 Aa3으로 장기신용등급을 한 계단 올렸고 이 조치를 반영해 전망평가는 ‘긍정적’이던 것을 ‘안정적’으로 손질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주가는 무디스가 국가 등급을 올리기 전인 8월 24일 1만 2250원에서 피치 신용등급 상향 조치가 가세한 지난 7일 되레 200원 떨어진 수준인 1만 2050원으로 마감했다. 무디스가 아직 등급 조정을 하지 않은 다른 은행권 상장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하나금융지주는 무디스 등급 같은 기간 3만 6150원에서 300원 떨어진 3만 5850원으로 마감했다.
우리금융이 비록 소폭 오른 결과를 보였다지만 7일 하루 450원 오르는 데 힘입었을 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한지주는 7일 하루 1200원 올랐지만 8월 24일 3만 6150원에 오르려면 300원 더 올라야 한다. 유일하게 신용등급 상승 효과를 본 듯한 곳은 KB금융이다. 3만 6800원에서 7일 종가는 3만 8250원으로 나홀로 견조세를 보였다. 신한지주와 벌어졌던 시가총액 차이도 좁혔다.
◇ 규제·경기 등 업황 전망 악재가 더 중했다
KB금융 주가가 특이했던 원인은 이번에도 외국인 투자가들의 움직임과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권 대형 상장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신용등급 상향 전보다 소폭 줄어든 반면에 KB금융만은 63.90%에서 64.22%로 늘었다.
그렇다면 KB금융지주만 신용등급 상향 호재가 수혜로 다가온 것일까? 금융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금융사의 특수한 사정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가 더 두텁다. 바로 ING생명 인수가 임박했다는 시장 루머와 언론보도와 관련이 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KB금융은 7일 하루에만 두 번이나 ING생명 인수와 관련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할 정도로 인수 임박설은 거세게 물결쳤다. 이날 오후 공식 해명 내용은 “‘KB금융, 2조 7000억원에 ING 생명 인수’보도와 관련, 해당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현재 협의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거듭 밝힌 것이다. 이같은 요인이 아니라면 무디스 신용등급 상향 이후 외국인과 개인투자가들로부터 가장 열띤 러브콜을 받은 원인으로 꼽을 만한 것이 없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금융지주사 한 임원은 “이자를 낮추고 수수료를 없애거나 줄이고 있는데다 연체율이 늘어나는 등 은행업의 앞날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주가 약세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외인들 국내채권 투자 늘리는 정도로 은행경영 수혜 미미
지주사 산하 한 대형시중은행 간부는 “일부 저가 매수기회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지만 당국의 규제가 앞으로 강화됐으면 강화됐지 완화될 것이 없고 국내외 실물경제도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더 쌓다 보면 배당 성향이 낮아지기 마련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국내 은행주를 살 이유는 기본여건 상으론 없다는 인식이다.
신용등급 상승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랬자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을 조금 줄일 수 있고 외국인들의 우리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원화강세 효과가 나면서 간접적인 득을 보는데 그칠 것이라고 은행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심지어 대출자산 성장률이 GDP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에 이르더라도 이자이익이 늘어나기 어려운 반면에 위험흡수를 위한 건전성 투자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판도를 뒤집기 불가능하다는 극단적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마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