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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속앓이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2-08-15 21:10 최종수정 : 2012-08-16 14:08

나 홀로 금리인상으로 서민들 이자부담 가중 ‘지적’
“경기불황 따른 손실부담 커져 인하여력 없다” 반발
금감원, 일부 대출상품 금리추이 모니터링 강화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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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이 자금 운용처가 없어 수신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는 만큼 여신금리도 낮출 여지가 있다. 특히 신용위험에 따른 가산 금리를 제외하면 신규 대출자에 한해 대출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국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고객 연체율이 올라가는 등 손실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A저축은행 CEO

저축은행들의 보수적인 영업이 장기화되면서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다른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앞 다퉈 내리고 있는 대출 금리를 저축은행은 소폭 올렸다. 일단 금융당국은 예금금리에 연동되는 대출금리 구조상 금리 인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국내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선 여신금리를 낮게 책정하기 어렵다는 게 저축은행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의 금리체계에 대해 실태점검에 들어갔다.

◇ 저축은행 나 홀로 대출금리 인상 ‘왜’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연 3%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대출 금리는 거꾸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4.04%로 저축은행의 금리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연 4.54%)에 비해서는 0.50%p, 지난해 8월 12일(연 4.98%) 대비 0.94%p 하락한 수치다.

최근 1년간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1%p 가까이 떨어지는 동안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25%p 하락했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하나저축은행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연 3.70%로 가장 낮았고, 신한저축은행은 연 4.10%로 높았다. KB저축은행은 연 4.00%에 머물고 있었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작년에 구조조정을 거치며 쌓아둔 예금이 꽤 된다”면서 “하지만 정작 이 돈을 굴릴 데가 없어 고금리로 고객을 유입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상황이다”고 털어놨다.

향후 저축은행들 중에 예금금리 인하를 계획한 곳이 많음을 감안할 때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곧 연 3%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예금금리 하락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 저축은행의 고육지책이다.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영업력이 위축된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지난 3분기(1~3월) 영업적자를 기록한데다가, 마땅한 먹거리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분별한 영업을 제한하고, 충당금 기준을 강화한 금융당국의 조치도 이유다.

당초 이달부터 시행 예정이던 은행과의 연계영업도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계열 및 비계열 저축은행 간 수수료와 위탁계약 문제 등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계영업 관련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거의 없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 마저도 지난해 부실 저축은행에서 인수한 자산과 부채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정리한 뒤에 본격적인 영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소재 某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수신액이 줄지 않고 있다”며 “경기불황에 부동산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수신으로 들어온 돈을 대출할 곳이 없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예금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금금리는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대출 금리는 지난달 고개를 들었다. 특히 같은 기간 다른 서민금융기관들이 모두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는 추세에 ‘나 홀로 인상’을 한 격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일례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은 지난 6월 저축은행들의 일반대출 금리를 전달보다 0.53% 포인트 오른 연 15.73%로 집계했다. 시중은행과 상호금융, 신협에서 모두 대출금리가 낮아졌지만 유독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만 오른 모습이었다. 〈표 참조〉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가계대출 취급 비중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상품은 여전히 고금리 구간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대출금리(가중평균금리)를 공시한 서울지역 14개 저축은행의 5등급 기준 대출 금리는 연 28.27%(26개 상품 평균금리)에 이른다. 모든 가계 신용대출 상품이 대출금리 연 35∼40% 구간에 해당하는 저축은행도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이 2금융권으로 넘어오며 신용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면서 “저축은행의 대출 고객은 대부분 저신용자인 탓에 연체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 대출 금리를 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아니다”라며 “전체 대출 총액이 줄어든 데다 저금리인 기업대출 비중이 늘고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가계대출 비중이 늘면서 표면적 수치가 높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경기가 부진할수록 개인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대출 금리를 더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금융당국, 대출금리 실태조사 등 금리인하 압력행사

저축은행은 지금과 같은 영업환경 속에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금리대출 취급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서민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고객들이 이탈하고 어려워지면서 이자를 높여 수익을 채우려한 행태를 보인 것 같다”며 “서민들의 자금줄이라고 자처하는 상호저축은행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우선 저축은행에 대한 전반적인 금리 체계 자체를 탄력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대출 고객은 시중은행과 달라 대출 금리가 높다고 해 이를 무조건 낮추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면서도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저축은행에 신용등급별로 매겨지는 대출금리 체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별 관련 자료를 이미 제출받은 상태며, 신용등급별 금리 적용방식을 집중적으로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융당국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 된데다 저축은행들의 보수적인 영업이 장기화되면서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만큼 대출 금리도 낮출 여지도 있지 않겠냐면서 신용위험에 따른 가산 금리를 제외하면 신규 대출에 한해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국내 경기침체 부진 등으로 거래업체나 대출고객들의 연체가 늘어나면서 손실규모가 커지고 있어 여신금리를 낮출 여력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신용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와 관련 서울소재 B저축은행 대표이사는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층은 경기침체기에 쉽게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면서 “신용등급이 6등급이라고 하더라도 1~2등급 더 낮게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C저축은행 관계자도 “과거에 저축은행들이 대출규모를 늘리기 위해 신용이 저급한 사람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PF 등을 확대하다보니 부실 비중이 커졌다”며 “이 때문에 금리를 올려서라도 부실 위험에 따른 손실을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서울소재 D저축은행 CEO는 “은행권이 낮은 금리로 대출상품을 내놔도 실제 판매 여부는 전적으로 금융회사의 의지에 달렸다”면서 “까다로운 조건과 소극적인 영업으로 실적이 낮다면 상품을 내놓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이미 금리 인하 효과가 적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E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권의 유동성 과잉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은 시장 경쟁 논리에 따라 이미 금리가 낮게 책정되고 있다” 면서 “추가로 대출 금리를 내릴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금리 인하가 대세로 굳어지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저금리 대출상품을 준비 중인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싼 조달 금리로 저금리 대출상품 공세를 감행할 경우 고객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F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나 일반은행이 고객층을 다양화하면서 대출 영업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면서 “일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과 거래 중인 우량한 대출 고객을 낮은 금리로 빼가고 있다”고 말했다.

                  〈 서민금융기관의 주요 수신 및 대출 금리 추이 〉
                                                                        (단위 : 연%, %p)
주 : 1) p는 잠정치
      2) 2008.1월부터 전체 신협 대상
      3) 적용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자료 : 한국은행)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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