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반기 신규상장종목 급감, 공모연기도 잇따라
IPO시장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흥행을 이끌 대어들이 자의반타의반으로 IPO를 미루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하게 얼어붙는 분위기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상장 종목은 총 10개사로 전년동기의 34개사에 비해 30% 수준에 불과하다. 상장종목도 대부분 시가총액 500억~1000억원 미만의 중소형들이 중심이며, 이에 따라 공모금액도 4900억원으로 전년동기 3조1000억원 대비 15% 수준에 불과하다. 하반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를 게 없다. 올해 IPO시장의 최대어를 꼽히는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일정을 연기하면서 그 후폭풍이 여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욕적으로 IPO추진하는 산은금융지주의 경우 국회동의가 지연되면서 제자리 걸음이다. 연내 상장을 위해 최현만닫기

프랜차이즈 상장 1호 기대감으로 화제를 모았던 카페베네도 지난 1분 영업익 -82%, 순익 -86%로 급감하는 등 어닝쇼크로 상장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청약때마다 수백대 일의 경쟁률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대기업 계열사군의 경우 애경화학, AK켐텍, 해태제과, 웅진패스원 등도 연내 상장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IPO시장이 위축된 원인은 코스피, 코스닥시장이 급락하면서 공모가의 제값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보통 공모가격은 이미 상장된 동종업계의 유사회사를 비교한 상대가치 평가법을 활용하는데, 최근사업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PER 방법을 적용된 뒤 산정된다. 최근 유럽위기 재발로 공모가형성의 잣대인 비교대상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공모가 산출과정에서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자보호 쪽으로 초점을 맞춘 IPO개선안의 시행도 부담이다. 중국고섬부실 IPO로 뭇매를 맞은 거래소의 경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상장예비심사에서 심사청구가격의 고평가, 저평가유무도 주요 평가항목으로 반영하는 등 공모가 부풀리기를 차단하기 위해 공모가격 결정에도 사실상 개입하는 상황이다. 그 여파로 상반기 심사를 청구한 24개 기업 중 5개 기업이 탈락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62개 기업 중 탈락 기업은 2개에 불과한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공모가격 역시 현재 상장절차가 진행중인 7개사 가운데 6개사의 공모희망가격이 예비심사 당시의 가격보다 하향조정됐다.
◇ 시장급락에 따른 공모가하향이 원인, 증권사 수익성악화 우려
IPO시장이 찬바람이 불자 증권사들도 직격탄을 맞는 분위기다. 특히 IPO업무를 맡는 ECM(Equity Capital Market)팀의 경우 신규IPO계약이 거의 올스톱됐다는 하소연마저 나온다. 증권사 ECM팀장은 “가능성있는 기업들도 시장급락으로 뭍밑으로 잠수를 탄 상황”이라며 “벨류에이션보다 낮은 공모가로 입성하기 보다 시장회복을 기다리며 IPO일정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모가를 높게 받으려는 IPO준비기업과 총액인수로 실권인수의 위험을 줄여야 하는 증권사의 입장에서는 공모가를 다소 낮추는 게 청약흥행에 유리하다”라며 “결국 공모가를 10~20% 낮은 선에서 합의를 봐야 하는데,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시장침체로 비교기업주가가 급락하다보니 타협의 여지가 줄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시가 반전하지 않으면 IPO시장도 침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동양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상장기업이 최소 60개이지만 시장여건이 나빠진 탓에 공모가하향우려와 맞물리면서 거의 모든 IPO가 멈춰졌다”며 “단 대다수가 페이퍼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오는 4분기에 한꺼번에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