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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폭탄’ 개인 신용대출시장 적신호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2-06-18 08:32 최종수정 : 2012-06-25 19:33

2금융권 고금리 대출 연체율 1년새 50% 급등
서류 위조 통한 집단 사기대출 적발 사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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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 신용대출 고객 가운데 채무를 회피하는 목적으로 개인회생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채무회피를 위한 모럴해저드가 2금융권 부실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서울소재 A저축은행 대표이사

“지난달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ㆍ무직자에게 허위 서류를 만들어 2금융회사에서 82억원을 부정 대출받게 하고 수수료 30억 원을 챙긴 혐의로 대출사기단 20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재직증명서, 사업자등록증 등을 위조해 햇살론 등 서민대출을 받도록 했다. 정부기관의 보증을 받는 탓에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의 서류심사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점을 노린 것이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

국내 경제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객들의 부채상환 능력도 갈수록 약화되면서 저축은행 등 이른바 2금융권으로 지칭되는 이들 금융회사에 생계형 대출상품인 고금리 개인 신용대출 사업에 빨간불이 커졌다.

무엇보다 이들 2금융권의 주요 고객이 대체로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자가 많은데다 이들의 생계형 대출의 위험신호를 보여주는 고객 연체율 등 각종 지표들이 동시에 적신호가 분출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자영업자, 하우스푸어 등의 부실에 이어 또 다른 부실의 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처럼 부실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지만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들은 여전히 고금리 개인 신용대출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어 논란마저 거세지는 형국이다.

◇ 롯데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사들 고금리 장사에 혈안 ‘눈총’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이 사실상 일단락된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들이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고금리 개인 신용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 30%에 육박하는 이들 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30% 초반대인 대부업체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예컨대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의 캐피탈사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체 11개 캐피탈사 가운데 최근 3개월(2012년 2월~4월말)간 신규 개인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25%를 넘는 곳이 6개에 달했다.

롯데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롯데캐피탈은 평균 대출금리가 28.6%로 가장 높았고 한국씨티금융지주 계열사인 한국씨티캐피탈이 27.6%로 뒤를 이었다. 〈표 참조〉

특히 롯데캐피탈의 경우 전체 개인 신용대출 고객의 90.4%가 연 25% 이상 고금리로 돈을 빌린 반면 연 15% 미만 대출자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신력 있는 대그룹 계열사가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터무니없이 비싼 ‘대부업’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라는 그럴듯한 간판 뒤에 숨어서 대부업에 맞먹는 고금리 장사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캐피탈사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들 역시 개인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30% 초반대로 대부업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전자공시를 보면, 저축은행별 대출상품·신용등급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신용 6등급 이하 이용자들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30% 중후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HK저축은행, 신라저축은행 등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 고객의 경우 35% 안팎의 이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표 참조〉‘헉’ 소리가 날 정도의 높은 금리로 이자장사에 몰두하는 행태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들은 은행 대출이 막힌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만큼 금리가 다소 높은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고객 연체율 악화 등 고금리 대출 장사 부실징후 감지

이처럼 2금융회사의 고금리 장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가 급증하고, 연체율이 치솟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개인신용평가기관인 KCB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다중채무자 연체율은 4.15%로 2010년 말(2.41%)에 비해 1.7배나 뛰었다. 이는 4월 말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0.89%) 대비 4.7배에 이르는 수치다.

다중채무자 증가세도 무섭다. KCB에 따르면 2010년 3월 말 120만명이던 다중채무자가 올해 4월 말에는 182만명으로 62만명(51%)이나 급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대부업체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다중채무자 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빚으로 빚을 막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개인 신용대출시장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 2금융권이 고금리 신용대출 영업을 지속할 경우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연체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소액신용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신라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5월말 고객 연체율이 15.3%로 지난해 말(10.2%)에 비해 무려 50% 정도 급등했다. 총자산 규모 업계 1, 2위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HK저축은행 역시 고객 연체율이 각각 14.15%, 12.17%로 대부업체 수준이다. 현대스위스3저축은행과 세람저축은행도 각각 12.57%, 11.11%로 연체율이 높다. 캐피탈사들 역시 대체적으로 저축은행업계 보다 낮지만 최근 1년 사이에 30~40%정도씩 고객 연체율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서류 위조 부정대출과 개인회생 악용 증가도 실적 악화에 일조

문제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들 2금융회사의 개인 신용대출 상품을 타킷으로 서류 위조를 통한 집단 사기대출과 개인회생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최근 급증하면서 실적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부 대출중개업체는 유령회사나 사무실을 낸 뒤 대출알선 광고를 보고 찾아온 고객의 대출서류에 신용도가 좋은 회사직원인양 신분을 변조하는 수법으로 대출을 시도하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다. 이들 업자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대출을 알선하고 대출금의 15~30%를 수수료로 챙기는가 하면 통장을 맡긴 고객들의 대출금을 가로채 달아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지난 달초 50대 남자가 한 저축은행 강남지점에 대출서류를 제출하며 “M주택개발사 부장”이란 직함과 회사 전화번호를 기입했으나 신분확인 결과 가공된 연락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수료를 노린 악덕 대출알선업자가 사무실에 전화받는 여직원을 두고 우리 측의 신분확인에 응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사기대출로 판명된 유령 전화번호 등을 포함, 사기우려가 있는 전화번호 등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채무자가 지고 있는 과도한 빚으로부터 법원이 빚을 탕감해 주는 제도인 ‘개인회생제’가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개인 신용대출 연체율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원금까지 탕감 받을 수 있는 개인회생제도가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생제도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나면서 저축은행 및 캐피탈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소재 A저축은행 사장은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의 20~30% 정도가 개인회생으로 인한 것”이라며 “최근 들어 더욱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포기하는 저축은행도 생겼다. 총여신 규모 22위인 오릭스저축은행과 39위인 삼성저축은행은 일찌감치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접었다. 저축은행권이 소액신용대출 사업에 고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대출심사시스템이 미비하고 사후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갖춘 저축은행은 전체의 57%정도. 10개사중 4개사는 대출심사를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마저 구비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꾸준히 CSS 구축을 주문하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중채무자 증가, 생계비 목적 대출비중 상승, 저신용자의 제2금융권 차입 증대 등으로 개인 신용대출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금융연구원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들의 주요 고객은 대체로 신용 등급이 낮은 고객이 많은데 이들의 생계형 대출이 늘었다는 것 자체가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졌음을 의미한다”며 “다중채무자가 많아 제2금융권 연쇄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저축은행 개인 신용대출 적용금리대별 분포현황 〉
                                                                                       (단위 : %)


                          〈 캐피탈사, 개인 신용대출 적용금리대별 분표현황 〉
                                                                                                   (단위 : %)
주) 1. 적용이자율 : 약정이자율(연율)+취금수수료(연율로 환산)
      2. 적용기준 : (2012년 2월~4월말까지) 3개월간 신규 취급액 기준
      3. 자료 :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 공시실


                                       〈 주요 캐피탈 5월 신규 취급실적 현황 〉
                                                                                                        (단위 : 백만원)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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