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역대 사장 가운데 가장 거물급(?)을 최고경영자로 맞은 산은캐피탈이 오토리스시장 진출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 개척을 적극 꾀해 다시 과거의 화려한 리딩 컴퍼니로 도약 할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만큼은 3년 임기를 채워, 역대 CEO들의 중도 하차 행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도 말끔히 떼어내 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 산은 캐피탈, 역대 가장 거물급 CEO 체제 출범
산은금융지주 계열사인 산은캐피탈은 2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해 김영기(金寧基)전 산업은행 수석 부행장(사진)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정식 선임했다. 김 신임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지난 1977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이후, 인사, 조사, 경영전략, 기업금융 등 은행 업무 전반을 두루 섭렵했으며, 기획관리본부장 재임시 산업은행 민영화 및 지주체제 전환의 밑그림을 그린 산업은행 최고의 기획통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2009년 5월부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을 역임하면서, 2년 연속 당기순익 1조원(2010년 1조 457억원, 2011년 1조 4124억원) 달성과, KDB다이렉트 출시를 통해 수신기반을 대폭 확충하는 등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이끌어낸 바 있어, 산은캐피탈 사장으로서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임 김영기 사장은 산업은행 재직시절 온화하며 뛰어난 친화력으로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인물”이라면서 “산은캐피탈은 역대 최고의 CEO로 맞아 제2의 전성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인성 전 사장의 갑작스러운 이직으로 당황했던 산은캐피탈 직원들 역시 신임 김영기 사장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산은 수석 부행장 출신으로 산은캐피탈 내부 사정과 직원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직을 융합하면서 회사 발전을 잘 유도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 자동차리스시장 진출 등 사업영역 확대 통해 ‘명가재건’
산은캐피탈은 전반적인 캐피탈시장 침체와 대표대행 체제 등으로 인해 그 동안 공격적 영업활동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역대 최고 거물급 인사가 최고경영자로 온 만큼 자동차리스와 같은 새로운 영역 진출 등을 통해 과거 화려했던 명가를 다시 재건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주력사업인 리스 및 벤처투자를 국내에서 제일 먼저 도입해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업계 리더로서의 지위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김영기 사장은 “올해 산은캐피탈의 주요 전략 과제는 자동차리스를 다시 활성화 시킨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캐피탈은 업계 최초로 오토리스 상품을 개발 출시한 회사다. IMF 금융위기를 거치며, 현대·기아차 그룹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재편되면서 자동차금융 시장이 완성차 업체 계열 여전사로 캡티브 시장화 됨에 따라 자연스레 위축되었던 부문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 같은 정상탈환은 머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산은캐피탈은 흑자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산은캐피탈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오는 2015년에는 자산 4조원, 2020년에는 6조원을 달성한다는 중장기전략을 세웠다. 김 사장은 “중장기전략에 맞춰 사업을 추진한다면 2015년엔 ROE가 10%, 2020년엔 12%에 도달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결국, 2015년 까지는 수익성 위주의 포트포리오 재구축을 통해 우량업체로 재도약하고, 2020년에는 여신금융업계 기업부분 선두 지위를 확고히 하여 ‘여신금융업계 대표업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엿볼수 있다.
◇ 역대 CEO들 중도 하차 행진 멈출까.
사실 산은캐피탈의 추락은 역대 CEO들의 중도 하차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인성 전 사장이 1년 2개월 정도 임기를 남겨놓고 지난 3월 28일 한국선박금융 신임 사장 자리로 옮기면서 산은캐피탈의 CEO 중도 퇴임이라는 불명예 하차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 1999년 한국기술금융과 산업리스를 합쳐 산은캐피탈로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이종각 초대 사장을 포함 총 7명의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하지만 통상 3년인 임기를 채운 CEO는 전무하다.“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실적악화에 책임져야 하니까” “현대차 비리에 연관돼서” “증권사로 옮겨서” “퇴진 압력에” 등 다양하다.
회사대표가 비전을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하는데 중간에 물러나면 회사의 성장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산은캐피탈은 공공금융기관 자회사로 탄탄한 경영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실적을 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
캐피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캐피탈은 사실상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표이사 중도 하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기 사장 역시 산은캐피탈 사상 최고의 거물급 CEO라고 하지만 내년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산은캐피탈 최근 5년간 결산실적 추이 〉
(단위 : 백만원)
* 제41기부터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에 의한 재무정보임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