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신용등급강등 직격탄, 대출축소 불가피
우려가 현실이 됐다. 수차례 경고한 국제신평사인 S&P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겼다. S&P는 지난 13일 유로존 17개국 가운데 9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시켰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말타,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신용등급은 한 단계(notch)로, 디폴트우려 가능성이 제기됐던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키프러스 등은 두 단계로 하향조정됐다. 이번 조치로 AAA신용등급을 가진 유로존 국가의 숫자는 6개국에서 4개국(독일, 핀란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으로 줄었다.
S&P는 이날 등급 강등배경과 관련 최근 유로존 지역의 급격한 신용붕괴, 국채발행 스프레드의 상승, 성장동력의 하락, 유로존 국가들의 정책대응능력의 약화 등으로 현재 적자가 쌓이는 구조적인 재정문제가 해결되기에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점은 유로존의 비중이 높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빅3가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재정분담비율을 놓고 독일과 샅바싸움을 벌이는 프랑스의 ‘AAA등급’상실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프랑스가 1580억유로를 지급보증하는 구제금융펀드인 EFSF(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의 대출여력축소는 불가피하다.
◇ 같은 악재라도 증시안정, 양적완화 기대감 고조
눈에 띄는 현상은 ‘신용등급강등’이라는 똑같은 악재라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180도 다르다는 것이다. S&P가 지난해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췄을 때 코스피는 장중 7% 넘게 폭락하는 패닉장이 연출됐다. 그 여파로 코스피는 불과 6일 사이 △370.96p(-17.1%) 떨어졌으며 하루 변동폭이 100P가 넘는 극심한 변동성장세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발표 직후 약 16P 내렸으나 하락폭은 1% 안팎으로 그리 크지 않다. 이후 코스피는 1900선 문턱까지 반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채발행시장도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신용강등의 직격탄을 맞은 프랑스는 지난 16일 기존보다 낮은 금리로 86억유로규모를, 스페인은 12개월물~18개월물 등 총 48.8억유로 규모를, 유럽재정안정기금(이하 EFSF)도 6개월물 국채 15.1억유로규모의 국채발행에 잇따라 성공했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신용등급강등은 어느 정도 인식된 리스크”라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로존 국가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최고 신용등급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이미 자리잡아 미국 신용등급 강등때와 같은 금융불안이 재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신용등급강등은 도미노식 신용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돈보따리를 푸는 양적완화정책도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수단이 LTRO(장기대출프로그램)로 이는 ECB가 5000억유로 규모의 유동성을 1%의 저금리로 은행권에 대출해주는 사실상 양적완화정책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한 것도 이같은 유동성공급의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박종민 연구원은 “LTRO의 시행을 기점으로, 위기국 국채를 중심으로 발행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위기국 국채 금리 안정을 통한 은행권 유동성 경색 차단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신용등급강등은 이들 국가의 국채발행조달금리를 높여 유동성확보가 원활하지 않는 등 글로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증권 김진성 이코노미스트는 “신용등급하락→EFSF 신용도 하락→가용재원 축소→재정위기국 등 국채시장 안정 위협은 부담이다”이라며 “국가 신용등급 하락은 보유국채의 평가손실에 대한 추가자본확충을 요구하는 점에서 유럽은행들의 자발적인 국채시장 참여가 더욱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로존 신용등급별 하락국가 〉
주: 괄호안은 강등전 신용등급
(자료: Standard&Poors,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