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신용판매 부문에선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정책 당국은 카드대출 부문을 강도 높게 옥죄면서 내년도 카드사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B카드사 CEO
“이미 신용카드 시장은 레드오션 된 지 오래다. 여기에 영업규제까지 겹쳐…, 아무튼 내년에는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 등 마케팅비용을 줄이는 내실 위주로 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C카드사 경영전략담당 임원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와 정부의 영업규제 강화 여파 등으로 내년 신용카드 실적이 암울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카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마저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다 금융정책 당국의 카드 구조 개선책 발표도 미뤄지면서 카드사들은 2012년 최종 사업계획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처럼 신용카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권의 카드사업 분사 계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2012년 카드시장 경영상황 ‘녹록치 않다’
카드업계는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올해만큼 가슴 졸였던 한해도 없을 것이다. 연초부터 금융정책 당국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해 지난 6월 ‘카드사 과당경쟁 방지 특별대책’까지 발표, 결국 카드사의 영업을 크게 위축시켰다.
여기에 업종별 수수료율 인하 요구까지 카드사로서는 악재가 겹쳤다. 중소가맹점에서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췄다. 여기에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강화되면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경영에 적지 않는 부담을 주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1년 1~9월 중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은 카드사의 힘겨운 한해를 보여준다. 올해 분사한 KB국민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719억원 감소한 것이다. 전년 대비 26.7% 줄어든 수치다. 〈표 참조〉
그러나 카드사 이익 감소는 올 한해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내년 영업 실적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쏟아진 악재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창 내년도 사업계획을 기획중인 카드사 관계자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어느 회사든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 다음해 목표는 올해보다 상향조정한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간다. 내년도 순익이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A카드사 관계자는 “내년도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아직까지 불투명한 게 너무 많아서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간에 상황이 변하긴 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올해 전망을 좋게 봤기 때문에 이렇게 불확실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다른 전업 카드사 역시 마찬가지다.
B카드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조만간 발표할 카드 구조 개선책만 바라보고 있다”며 “이것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은 것도 카드사의 내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유럽발 금융위기는 카드사에도 직격탄을 가져올 수 있다. 카드사는 수신기반이 없기 때문에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영업을 한다.
현재 카드사들은 신용도가 좋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돈을 조달해 왔지만 대외적으로 금융위기가 지속되면 금리가 올라가게 돼 그만큼 조달코스타가 높아져 영업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가맹점 수수료 역시 카드사를 옭죄고 있다. 소액 카드결제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은 거세져 카드사로서는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 “수익감소 등 3중고 본격화” 예상
특히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를 등에 업고 정치권과 이익집단들의 수수료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카드사들의 내년도 경영전략 수립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여신협회 분석 자료에 따르면 신한·국민·삼성·현대 등 4대 카드사의 신용판매 실적(일시불+할부)은 130조1009억원으로 전체 카드시장(220억5690억원)의 60%를 차지한다. 이를 토대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21개 카드사들의 실적변화를 추산해보면 대략 3000억원 이상 순익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내년도 비용절감을 주요 골자로 사업계획 수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카드사 한 관계자는 “내년도 카드시장 전망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가서비스 사용기준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당장 자금조달을 어떻게 잘 하느냐가 최우선 경영과제가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면서 할인 및 무이자할부서비스를 줄이거나 없애고 있으며, 서비스 혜택을 받기 위한 자격요건을 강화했다. 서비스 축소를 통해 수익감소분을 상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도 경기침체에 따른 고객연체율 증가가 예상되면서 리스크 관리 강화에도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2012년 카드시장은 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증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감소 등 ‘3중고’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카드사의 수익다변화 및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등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결제범위 확대 등 각종 규제 완화정책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업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가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며 “여신전문법에 의해 카드사가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정해진 것 내에서 찾는 것은 역시나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선 카드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리스크 관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은 영업으로 발생하는 신용카드 판매와 연체율을 줄여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다. 단국대 경영대학원 신용카드학과 이보우 교수는 “내년에는 카드사가 내실 위주로 경영해야 할 것”이라며 “카드사는 각종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고객혜택 축소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수익이 날 수 있는 곳은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이지만 이 부문도 당국에서 규제를 하고 있어 영업 강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현재도 높은 대출 금리를 낮추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우리은행 등 은행계 카드사업 분사일정 재조정 불가피 할 듯
이처럼 2012년 국내 카드시장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은행, 농협 등 카드 분사를 진행 중인 이들 금융회사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단 금융당국은 지금과 같은 시장 여건 아래 새로 카드사가 진출할 경우 리스크부담이 너무 크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왜 신용카드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는지 의도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더 이상 신용카드로 과거와 같은 큰 이익을 본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카드사들의 과열경쟁으로 가계부채 증가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 상황에서 추가 진출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산은, 우리은행 등은 계속해서 카드사업 진출 및 분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산은금융지주 창립 2주년 기념식에서 “지주 창립 3년차에는 점포 확충, 카드산업 진출 등을 통해 수신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결정할 때 언제라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기업 가치를 꾸준히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올해 말까지 우리카드를 분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공시를 통해 우리카드 분할 기일을 당초 오는 12월 31일에서 ‘미정’으로 변경해 잠정 연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일정이 지연됐을 뿐 카드사 분사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건희 경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업계 카드사는 다른 비은행 금융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결제기반 확보 및 발달한 고객 마케팅, 카드가맹점과의 섭외 등을 통해 은행 내 카드사에 대항하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가 분사이후 업계 2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하나SK카드가 모바일 부문에서 치고 나간 것도 분사를 하지 않았으면 이루기 어려운 성과였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왕 카드 사업을 하려면 분사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지주사들이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은 카드사간 과당 경쟁을 억제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와는 배치된다. 우리금융지주가 내년 초에 마무리하려던 카드 분사를 결국 미루기로 한 것도 카드산업 경쟁 억제 분위기가 상당부문 작용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새로운 전업계 카드사가 탄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전업카드사 손익 내역 〉
(단위 : 억원, %)
주: 1) 관리자산 기준 손익항목을 K-IFRS 기준 손익항목으로 재분류
2) ‘11.3.2 분사한 KB국민카드 제외 기준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