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 저축은행은 정책금융공사의 까다로운 지원 조건에 불만을 드러내며 자금 지원 신청엔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놓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간의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 3~4개 곳 금융안정기금에 관심
13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회사에 부실이 생기기 전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공적자금 성격의 금융안정기금을 받으려는 저축은행이 일부 있다”며 “기금 지원 마감일인 21일쯤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을 통과한 저축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금융안정기금을 운영하는 정책금융공사는 기금 지원에 관심이 있는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이번 주에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기금을 받으려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10%에 속해야 한다. 6월 말 기준으로 24개 저축은행이 이 기준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서너 곳이 기금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안정기금은 5∼7년 만기로 일정액을 지원하되 대주주가 지원액과 같은 금액을 출자하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대주주가 당장 현금을 출자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연대보증을 서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기금을 지원받은 저축은행은 배당을 자제하고 임직원 급여를 일정 수준 이하로 묶는 내용의 재무개선약정(MOU)을 정책금융공사와 체결해야 한다.
기금 지원 후에도 BIS 비율이 하락하면 정책금융공사의 경영개선 지도를 받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실이 우려된다면 경영행위에 다소 제약을 받더라도 기금을 받아 선제적으로 자본을 늘려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일부 대주주측, “매칭 방식 등 지원조건 불합리하다” 불만
그러나 저축은행이 아닌 저축은행 대주주 입장에서 금융안정기금은 달갑지 않다. 자본확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매칭 방식을 비롯한 지원 조건에 대해서는 불합리한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배당 및 임직원 급여를 비롯한 경영 전반에 걸친 사실상의 ‘신탁통치’를 받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처음에는 관심을 가졌지만 이자율 등 기본 조건 등에서 이견이 있어 조율이 어려워 보인다”면서 “(지원 신청 저축은행에) 마땅한 혜택이 없는 것 같아 선뜻 신청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정책금융공사도 자금 신청 조건과 내용을 다소 변경했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이번 기금 지원이 대주주의 1:1 매칭 증자 참여를 원칙으로 하나 매칭 비율을 1:3까지 완화했다. 이자율 부분은 시장금리를 따르되, 상황에 따라 신청 저축은행과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들로선 경영권 간섭도 불만 요인이다. 신청 저축은행들은 기금을 지원받음과 동시에 정책금융공사와 약정(MOU)을 맺게 된다. 공사로부터의 관리감독이 불가피하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차주들에게 대출 한도를 더 늘려주고, 조속히 집행하는 게 저축은행의 메리트인데, 정책금융공사로부터 관리인이 파견되면 그 과정이 늦어지는 등 영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었다. 한 두 군데 저축은행이 금융안정기금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저축은행이 (금융안정기금을) 신청한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안정기금이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최소 신청기준인 BIS비율 5%는 당국에서 ‘정상’저축은행 판정을 내릴 정도로 경영에 문제없는 곳이란 의미다”면서 “대주주가 자금을 확충할 능력이 되면 안정기금을 신청할 이유가 없는데, 이런 대책을 내 놓는 것은 시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 저축銀 공적자금 투입 놓고 정무-기재위 ‘충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가 저축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상임위는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방안을 놓고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11일 정무위원회의 `2012년 예산안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자금관리기금이 예금보험기금 내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에 2000억원을 출연하는 예산항목이 신설됐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공자기금에서 1000억원을 `융자’토록 했으나 공적자금 투입을 의미하는 `출연’으로 변경하고 금액도 배로 늘렸다. 정무위 이진복(한나라당) 의원은 예산안 수정사유에 대해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융자금 1천억 원으로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지원효과가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에 부정적인 기재위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대한 예산심의에서 당초 정부가 제출한 저축은행 계정에 대한 `1000억원 융자’ 항목을 유지했다. 기재위 예결소위 위원장인 이혜훈(한나라당) 의원은 “정무위의 결정이 공적자금 투입의 선례가 되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기재위와 정무위가 저축은행 공적자금 투입 여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각각 다른 내용의 소관기관 예산안 심사보고서를 의결함에 따라 결정권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두 위원회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방안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무위는 저축은행에 비과세 저축상품 판매를 허용해 이를 통해 생긴 영업이익의 50∼70%를 피해자 보상에 사용토록 하자는 방안을 냈으나 기재위는 비과세 상품 판매를 허용할 경우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으로 인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앞서 두 위원회는 중앙은행에 금융회사 감독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놓고도 충돌한 바 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