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카드대란 재발 가능성 거의 없어”
12일 여신금융협회는 현재시점에서 2003년의 유동성 위기가 재발했다고 가정할 때 신용카드업종(4개 전업사 기준)의 당기순이익은 6조원 줄어들고 자기자본은 14조원에서 8조원으로 줄어드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4개 카드회사는 2003년 위기 당시 당기순이익이 7조원가량 줄면서 자기자본이 적자 상태로 떨어졌었다. 함정식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장은 “만약 유동성 위기가 재발한다고 하더라도 과거 대규모 적자 발생과는 달리 카드회사가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충분한 자본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용카드업종의 자기자본이익률과 단순자기자본비율도 높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가 내부수익률 측정법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신용카드업종(전업 4개사 기준)의 자기자본이익률은 15.46%로 은행의 장기 연평균 투자수익률(15.35%)에 근접했다.
또 수익-위험 분석에 따르면 카드업계는 2010년 현재 단순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 유지하고 있다. 업종의 위험을 인식해 배당지급보다는 자본축적을 선택, 대응능력을 강화한 것이다. 함 센터장은 “유동성 위기 이후 카드업계는 연체율의 하락안정을 유도하며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고 자기자본의 대응능력을 강화했다”며 “외부에서 위기가 올 때는 카드산업도 영향을 받겠지만, 카드사 내부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카드산업에 국한된 분석이다. 만약 금융권 전체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다면 카드사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 카드사 수익구조 금융권 가운데 가장 취약
하지만 금융기관별 수익과 위험을 비교해본 결과 카드사가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어느 금융기관보다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는 대표적인 신용카드 4개사(신한, 삼성, 현대, 롯데)의 2001~2010년 사업 보고서를 종합해 분석했더니 수익성을 나타내는 총자산이익률은 1.08%였고 위험(표준편차)은 6.9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최상의 경우 신용카드의 총자산이익률이 8.00%(=1.08+6.92)까지 올라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5.84%(1.08-6.92)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총자산이익률의 표준편차로 나타낸 위험도는 신용카드 업종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는 캐피탈(3.78%), 저축은행(1.36%) 차례였다. 캐피탈사들의 평균 총자산이익률은 2.14%로 신용카드 업종보다 높았음에도 위험도는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KB국민은행 등 8개 은행의 평균 총자산이익률은 0.70%, 위험도는 0.52%로 가장 낮았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도 신용카드 업종의 위험도가 가장 높아 20.47%에 이르렀다. 이어 저축은행 15.36%, 캐피탈 9.35%, 은행 6.48%로 분석됐다. 자기자본이익률로 따진 신용카드 업종의 수익성 또한 23.46%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캐피탈 업종(수익 19.05%, 위험 9.35%)에 견줘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함정식 센터장은 저축은행(수익 15.99%, 위험 15.36%)의 사업 모델 또한 캐피탈사(수익 19.05%, 위험 9.35%)보다 열세라고 평가했다. 위험도는 약간 낮았지만, 수익성은 훨씬 더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분석은 2002년12월31일부터 2010년12월31일까지 8년동안 은행업종(KB국민·우리·신한·기업·하나·외환), 저축은행(솔로몬·한국·진흥·제일), 신용카드(신한(LG포함)·삼성·현대·롯데), 할부리스(현대·신한·롯데·아주)를 대상으로 내부수익률 측정법(IRR)을 적용했다.
〈 카드 유동성 위기가 재현될 경우 〉
(단위 : 10억, %)
〈 금융기관별 자본적정성 〉
(단위 : %)
※ 상기 데이터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공시되는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각 금융업종별로 합산하는 방식으로 재작성되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