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다음 주로 예정된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크게 쟁점화될 전망이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국감 때마다 논란이 됐던 사안이지만, 올해는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대상 저축은행 발표가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 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사전 질의가 쏟아지고 있다.
◇ 유상증자 등 자구계획 제출
저축은행들의 생사를 좌우할 자구계획 제출이 14일로 마감됐다. 저축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할 때 부실 상태에 빠져 있지 않더라도 보다 우량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내용들을 자구안에 포함시켰다. 저축은행의 자구계획을 들여다보면 크게 계열사와 부동산ㆍ증자 등 3각축으로 경영정상화를 진행하겠다는 게 골자다.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이들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증자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감독 당국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이상인 곳들도 재무제표를 최대한 클린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주요 대형사들은 모두 계열사 매각을 정상화 계획에 포함시켰다. 계열사 매각 의사를 밝힌 제일과 솔로몬저축은행은 물론이고 토마토 등 일부 대형사들도 계열사를 떼어내 팔 예정이다. 증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로 알려진 신민저축은행은 대주주가 증자자금 120억원을 예치했다. 예정대로 오는 27일 증자가 이뤄지면 신민의 BIS 비율은 6.39%로 상승한다. 구조조정 대상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자본잠식이 93%까지 이뤄졌던 서울저축은행도 지난 8일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미래2저축은행도 7일 1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쳤고 한국저축은행도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 당국은 저축은행 살생부를 오는 23일경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국정감사 일정 등으로 이달 말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시장 혼란 등을 감안해 공개시점이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만간 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를 열 계획이다”며 “이번 주는 시간상 너무 촉박하고, 마지막 주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평위는 부실 우려가 큰 저축은행이 자구노력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기구다. 경평위가 경영개선계획을 승인하지 않으면 당국은 곧바로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어 영업정지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 국감, 저축銀 경영진단 둘러싼 격돌 예고
특히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다음 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일 금융위, 23일 금감원 국감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국회 담당 부서에는 저축은행 경영진단의 배경과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다수 접수됐다.
금감원은 지난 7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현장 경영진단을 실시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5% 미만이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저축은행을 추린 후 이중 일부에 경영개선명령을 통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있었던 국정조사 등을 통해 현안에 대한 논의가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국감을 앞두고 경영진단 등 새로운 내용을 중심으로 저축은행에 대한 질의가 다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단의 취지 등과 관련해선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충실히 준비하고 있지만, 국감이 이달 말 저축은행 경영진단 결과 발표 이전에 열리는 만큼 내용을 사전에 공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단 관련 내용과 함께 저축은행 예금자나 후순위채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국회의 질의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정조사 후에도 저축은행 피해자 보호 방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당국이 먼저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질의 내용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국감 때에는 저축은행 감독책임 문제와 관련해 금융당국 수장들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