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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銀 5천만원 미만 예금자 뿔났다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1-08-10 22:10

점거농성 여파와 매각차질 등으로 재산권행사 지연 불만
매각된 부산2 저축銀 이달 말부터 예금인출 가능 ‘대조’
43일간의 국정조사…고작 ‘면피용 선심성 입법안 추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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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매각된 부산2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 등은 이달 말부터 정상적인 예금인출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부산저축은행은 장기 점거 농성 등으로 매각이 지연되면서 선량한 5000만원 미만의 예금 피해자들의 고통이 갈수록 심각하다. 예보가 점거농성을 방치하면서 문제를 더 키운 것 같다. 차라리 파산해서 원금이라도 빨리 돌려 받았으면 좋겠다.” 부산저축은행 5000만원 미만 예금자 김모씨

“원칙적으로는 피해자들이 개별 소송으로 해결할 문제지만 이번 사태는 정부의 총체적인 감독 부실로 초래된 만큼 특별법 제정으로 보상할 명분이 있다.” 부산지역 한나라당 某 국회의원

“억울한 피해자가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현재 5000만원까지 보호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사회적 약속이다. 법을 바꾼다면 그 이전에 파산한 저축은행 피해자와 형평성에 어긋나고 금융질서와 재정 규율을 훼손 한다. 앞으로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어 정부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11일까지 안을 제출하면 정부 안을 포함해 다시 검토해 결정하겠다. 정부 제출안 등 추이를 지켜보면서 필요하다면 특위 활동 기간 연장을 양당 원내대표에게 건의하겠다. 정두언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피해자 구제 문제를 놓고 원칙과 소신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법이 정한 한도를 무시한 채 피해를 보상하기로 한 것이다. 국조특위 위원들 스스로가 지역 민심이라는 꼬리 때문에 국민 경제라는 몸통을 흔들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 보상 대책에 앞을 다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과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점거 농성이 계속되면서 매각 작업이 중단되면서 5000만원 미만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부산저축은행 계열사로 이미 매각된 부산2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 등의 경우 이달 말부터 정상적으로 인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분위기다.

◇ 저축銀 피해자 구제책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 비판

지난달 21일 활동을 시작한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정두언, 이하 국조특위)는 10일 국무총리실 등에 종합 질의를 하고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여야가 저축은행 의혹과 비리를 조사한다면서 40일 이상 국정조사를 실시하고도, 고작 면피용 포퓰리즘 대책을 내놓는데 그치면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실 저축은행 국조는 현장조사 첫날 부산에 들러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자 보상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여야는 피해자들 앞에서 ‘전액 보상’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야는 방식에서는 달리했지만 피해자 보상이라는 측면에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한나라당은 예금자 보호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신설, 2012년까지 모든 예금자와 후순위채 피해자를 보상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먼저 특위는 예금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 대상인 5000만원보다 1000만원 많은 6000만원까지 전액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그보다 많은 피해액은 구간별로 차등 보상하기로 했다.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이 1000만∼5000만원 있을 경우 이 금액의 90%를, 5000만원 이상 있을 경우 80%를 보상한다는 것이다. 후순위 채권에 대해서도 6000만원까지 전액 보상하되 이자는 지급하지 않고 원금만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그보다 많은 금액은 차등 보상하기로 했다. 구제 대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9월 이후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12곳의 피해자로 제한키로 했다. 이같은 피해 보상 대상에서 법인이나 부실 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제외된다.

소위 위원장인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6000만원 이하 예금을 한 경우가 저축은행 피해자의 90% 가량이어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위는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에 2500억∼2800여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위는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 예금자보호기금 내에 저축은행 피해 보상을 위한 계정을 별도로 만든 뒤 이를 통해 피해액을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후 저축은행 자산을 매각하고 부실 책임자가 은닉한 재산을 환수할 경우 예보기금에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특위는 2억원 이하까지는 100%, 2억∼3억원은 90%, 3억 원 초과는 80%를 보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피해보상도 국가 재정을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저축은행 예금자를 세금으로 구제한다면 법으로 정한 규율 자체를 흔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정부의 반대가 완강해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질서 근간 뒤흔들며 향후 나쁜 선례 남길 수도”

문제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발생한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다. 이번에 구제될 대상은 올해 영업정지된 9개사와 전일ㆍ으뜸ㆍ전북 등 모두 12개 저축은행의 피해자들로,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 9월 이후 예금 및 투자분에 국한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위기 당시까지 부실 저축은행에 11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모두 5000만원 한도까지 보상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예고된 만큼 피해구제 요구가 쇄도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위험성을 감수하고도 고금리를 노려 저축은행을 찾은 투자자들에 대해 보상한다는 것은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시장 원리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보상 재원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다른 예금자가 낸 예보료나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고위험 투자자들의 손실을 메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다, 예보기금은 이미 적자상태라 결국 정부의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판에도 정치권이 전격적인 보상을 추진하는 데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고려된 포퓰리즘적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지역 민심이 냉랭해진 상황에서 부산지역 의원들은 지난 4월 저축은행에 맡긴 예금과 후순위 채권 전액을 보상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당장 동료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이성을 잃었다. 예금보호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과거 투자 실패자는 물론 미래의 투자 실패자까지 모두 국가가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조특위 소속인 민주당 신학용 의원조차도 “금융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있을 경우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사람들까지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국조특위 소속 의원조차도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의 감독 부실로 피해를 봤다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원칙이지만 피해자들이 소송을 꺼리고 있다”면서 “특히 여야가 내년 총선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부산 지역에 피해자들이 집중돼 있어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나 청와대, 기재부 등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나섰다. 아직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할 단계는 아니지만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쪽이다.

박재완 장관은 “금융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대안은 대내외 신인도에 엄청난 타격을 주기에 정부가 동의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일부 과실로 피해를 본 점이 인정돼도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기에 형평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역시 “고금리 저축은행 상품에 투자한 사람까지 보상해준다면 최근 주가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도 보장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판했다. 김상조닫기김상조기사 모아보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또한 “이번 구제책은 현행 예금자보호제도를 무력화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5000만원 초과 예금을 보상해주는 나쁜 선례를 남길 경우 앞으로 투자자들이 아무 생각없이 고위험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부산저축은행 5000만원 미만 예금 피해자 ‘속앓이’

무엇보다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과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점거 농성이 계속되면서 매각 작업이 장기간 중단되면서 부산저축은행 5000만원 미만 예금자들의 불만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처지의 피해자들끼리 너무 한다’는 비난 탓에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의 점거 농성을 중단하라고 큰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부산저축은행 비대위의 농성이 몇 개월 지속되면서 5000만원 미만 예금자들의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예금자 13만명 중 12만명이 5000만원 미만 예금자다. 비대위가 초량본점을 점거하고 실사를 막으면서 부산저축은행 처리는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다. 실사를 하지 못하면 파는 예보나 인수자도 가격을 책정할 수 없다.

지난 2월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 중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 세 곳은 이미 대신증권에 인수돼 오는 9월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1차 매각에서 인수자가 나서지 않은 4개 저축은행 중 부산저축은행을 제외한 대전·전주·보해저축은행 등도 11일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상태로 큰 변수가 없는 한 우선협상대상자는 12일 발표된다.

예금자 최 모씨는 “돈을 얹어줄테니 부실 저축은행 사가라고 해도 안 팔리는 마당에 실사도 방해하면 누가 부산저축은행을 인수하겠나”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매각될 수 있게 실사는 하게 하자고 했는데 ‘너희들은 이자 손해지만 우리는 전재산이 다 날라갔다’, ‘남도 아니고 같은 피해자끼리 너무 야박하다’는 식의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5000만원 이하 예금자들 사이에서는 매각이 힘든 상황이라면 파산이라도 해서 조속히 원금이라도 돌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할 경우 5000만원 이하 예금자의 이자 손실은 545억원에 달한다.

예금자 김 모씨는 “5000만원 이상 예금자들과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마치 피해자 전체를 대변하는 듯 행동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극히 소수의 강경한 목소리일 뿐”이라며 “영업정지가 벌써 넉 달이나 됐는데 이자를 2%만 받더라도 차라리 파산해서 원금을 빨리 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국조 일정 계획 〉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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