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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제대로 활용하기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1-07-20 20:53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손성동 연구실장

퇴직연금 제대로 활용하기
출산율 저하, 공적보장 약화로 퇴직연금 노후기능 강화

선진국 노후소득보장 퇴직연금 전환, 적립금관리가 중요

퇴직연금이란 무엇이며, 요즘과 같은 시대에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퇴직연금 자체가 복잡한 유기체처럼 여러 가지 분야가 어우러진 복합분야이고, 그 의미 역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이들은 퇴직연금의 본질을 외면한 채 부차적인 면에 집착한다. 그래서 더더욱 퇴직연금의 본질에 입각한 명징한 정의와 그에 따른 의미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퇴직연금을 제대로 활용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퇴직연금은 시대의 산물이다. 퇴직연금은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나이든 노동력을 젊고 유능한 젊은 인재로 교체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도입되었다. 인력교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도입된 것이다. 즉 퇴직연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로자들이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입된 자생적 지원책인 것이다.

시대의 산물인 만큼 퇴직연금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성격이나 내용도 변신을 거듭해왔다. 퇴직연금이 태동할 당시에는 출산율은 높고 평균수명은 낮은 시대였다. 가족제도에서도 후세대가 선세대를 부양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대가족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판이하다. 출산율은 인구규모를 유지하기 힘든 수준으로까지 낮아졌고, 평균수명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증가하고 있다. 가족구조 역시 3세대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고,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되는 2세대 가정이 지배적인 가운데 1인으로 구성되는 단독가구 수가 늘고 있다. 2세대 가정의 경우에도 자녀수 감소와 부모세대의 늘어난 수명 때문에 자녀의 부모부양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한 마디로 은퇴 이후의 긴 노년기를 부모 스스로 준비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두터운 공적보장과 이를 보충하는 퇴직연금을 비롯한 사적연금, 그리고 자녀의 부양이라는 3각 편대가 노년기의 안전을 보장해줬다. 지금은 공적보장은 약해졌고 자녀의 부양은 기대하기 힘든 시대다. 사적연금을 통한 자조노력의 역할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자생적 지원책으로 태동한 퇴직연금을 의무제도로 바꾸면서 퇴직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언론에서 퇴직연금의 바람직한 모델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호주가 대표적이다. 호주는 기존에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있던 것을 1992년에 슈퍼애뉴에이션 게런티(Superannuation Guarantee)라는 강제가입 퇴직연금으로 바꾼 것이다. 이후 호주 노후소득보장 체제의 중심은 공적연금에서 퇴직연금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이외에도 스위스, 네덜란드, 홍콩 등 여러 나라에서 퇴직연금을 임의가입에서 강제가입으로 전환하면서 퇴직연금 중심의 노후소득보장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들 나라처럼 퇴직연금 가입을 강제하지는 않지만 임의가입의 효율성 제고에 나선 곳도 있다. 이른바 자동가입제도 도입에 나선 미국과 영국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에 입사한 근로자들을 자동적으로 퇴직연금에 가입시키고, 그 이후에 탈퇴의사를 밝힌 근로자에 한해 퇴직연금 가입을 면제해준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퇴직연금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가입한 뒤의 탈퇴에는 귀찮음이 따르기 때문에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자동가입제도에는 급여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기여율도 자동적으로 인상되는 내용까지 있다. 저출산ㆍ고령화라는 어려운 숙제를 자조노력의 강화로 풀고자 하는 선진국들의 고민과 적극적 대응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는 제도개혁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도 근퇴법의 개정으로 반(半)강제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하겠다. 퇴직연금의 토대인 퇴직금제도가 이미 법정제도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개정 근퇴법에서 신설 사업장의 경우 퇴직연금을 우선 설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이 제도적으로 발전해왔다고 해서 가입자의 노후가 저절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은 어디까지나 노후생활자금을 담아 축적해가는 그릇일 뿐이고, 노후의 안정은 그 그릇에 담긴 내용물의 양과 질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퇴직연금이 자신에게 부여된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적립금의 효과적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극단적으로 원리금보장에 치중된 지금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은 효과적 운용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보인다. 원리금보장에 몰빵하는 것은 자산의 관리가 아니라 적립금의 단순 보관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이라는 그릇은 적립금을 단순 보관만 하는 장치가 아니다. 보관된 적립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양질의 은퇴자금을 많이 확보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단순 보관만 할 경우에는 인플레이션리스크나 장수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크다. 근퇴법의 개정으로 제도적 선진화가 성큼 다가온 이제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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