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지난 2일 2228.96P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상징후가 감지된다. 보합세를 기록한 지난 11일을 제외하곤 모두 하락세다. 지난 12일엔 사상최대의 프로그램 물량폭탄을 맞으며 지수가 무려 43.98포인트나 떨어지며 2100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잘나가는 증시가 브레이크가 걸린 원인은 대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실제 악재가 호재보다 많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정책인 QE2종료가 확정되면서 유동성흡수를 우려한 외국자본들이 이탈도 감지된다. 투기세력이탈에 따른 상품가격의 급변동이 일부 경제지표부진과 맞물린 것도 하락요인이다. 또 기업들이 1분기 실적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이익모멘텀의 반감도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변수는 외국인이다. 얼마전까지도 2000P 시대개막의 주역인 외국인투자자는 현물뿐 아니라 선물시장에서 변덕스런 매매형태로 증시를 짖누르고 있다. 지난 12일 옵션만기일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은 이날 차익, 비차익거래로 각각 6390억원, 5942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그 여파로 프로그램매도규모는 1조6812억원으로 사상최대였으며 이 같은 프로그램 매물폭탄의 영향으로 코스피의 하락폭도 연중 두 번째로 깊었다.
현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수강도는 점점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월별 현물순매수는 지난 1월 0.3조, 2월 -3.5조, 3월 1.1조, 4월 3.1조원으로 월평균 0.3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월평균매수규모가 1.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수규모가 훨씬 뒤쳐진다. 문제는 외인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에 그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소비자 물가가 높으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내다파는 경우가 많았다.
증시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자 낙관론일색인 증권가에서 조정론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솔로몬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저금리, 고유동성에 의해 형성된 버블요인이 약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9월 이후 유동성의 원천이었던 선진국 금융정책의 변화로 유동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다”며 “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상승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조정이 오는 2분기에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조정론은 소수에 불과하다. 전문가들 사이엔 단기간에 코스피가 100P 넘게 빠졌으나 상승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이 앞선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분기별적 흐름을 보더라도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 이후 가파른 증가가 예상된다”며 “중장기 상승 추세에 초점을 두고 점진적인 비중확대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이채훈 연구원도 “과거 대량매도 발생시 PER이 12배 전후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0배 초반에 있는데다, 이번 조정은 투기적 상품포지션의 청산 등 수급요인이 크게 작용해 선진국발 디레버리징성 매도와 관련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큰 폭의 가격조정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