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내로라 하는 대형운용사들이 공모 자문형 랩 시장에 발 벗고 나서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자문형 랩의 부각으로 영업악화를 겪던 운용사들이 바야흐로 자문형 랩과 상생의 길을 걷는 모양새다. 즉 자문사들만 종목 자문을 해 준 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한국투신, 삼성자산운용, 동부, 한국밸류 등 굴지의 대형운용사들이 그동안 닦아 온 운용노하우로 자문을 해 주는 것. 자문형 랩과 비슷한 전략의 소수압축 전략 펀드를 내놓은 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종목 자문에 적극적인 태세다.
실제 자문형 랩의 선두주자 삼성증권은 국내주식형 자문랩과 관련, 삼성자산운용을 비롯, 산은, 유리, 한투, KTB자산운용 등 9개의 운용사와 각각 자문형 랩 자문 계약을 맺었다.
삼성증권 랩 운용 담당자는 “자문형랩 자문계약을 맺을 때 운용사와 자문사 구별없이 같은 기준으로 선정하고 있다”며 “ 자문형랩 계약을 맺은 자문사와 운용사가 이미 32개사로 향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단, 고객들의 니즈를 고려해 적합한 운용철학과 전략을 가진 운용사가 있다면 추가로 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이 지난 2월 28일 선보인 ‘현대QnA투자자문랩ETF’의 종목 자문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담당한다. 이 상품의 최저 가입금액은 매월 30만원선으로 저렴한데다, 자유적립식 구조다. 월 1회 이들 운용사들이 운용중인 주식형 ETF의 종목 포트폴리오를 자문 받아 현대증권이 운용하는 셈. 이와 함께 현대증권은 마이다스에셋, 현대, 세이에셋자산운용과 각각 자문형 랩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기존 국내 주식형은 물론, 해외 주식형 자문 랩 종목 자문을 맡은 운용사도 있어 눈에 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왕좌인 한국투신운용은 최근 신한금융투자가 출시한 중국, 미국 직접투자 랩을 자문중이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당사가 현재 운용중인 미국펀드인 ‘한국월스트리트주식형’과 ‘선진블루칩 펀드’의 편입종목 포트폴리오를 신한금융투자 랩 운용본부에 제공하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앞서 동부자산운용도 삼성증권이 출시한 ‘삼성골드POP플랜차이나포트폴리오랩’의 중국종목 자문을 맡고 있다. 이처럼 국내 운용사임에도 불구, 미국, 중국 등 해외 종목 자문을 맡는 까닭은 라이센스 기간 때문이다.
실제 해외 현지 금융기관과 국내 증권사들이 자문을 맺고, 상품을 내기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타이밍상 국내 운용사들과 협업이 낫다는 것.
한편, 중소형사들은 물론 최근엔 대형운용사까지 자문형 랩 시장에 기웃대는 최근 현상에 대해서 업계내에서도 나름 긍정적인 평가다. 연초 직후 변동성이 높아진 장세에서, 아무래도 소수 압축 전략은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
따라서 아직 트렉 레코드나 리서치, 인력이 제대로 정비 안된 신생 자문사 보단, 역시 검증된 운용력을 갖춘 운용사들의 종목 자문이 믿을만 하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 현대증권 랩운용팀 김영조 팀장은 “운용사들은 자문사 대비 인력구조, 트렉 레코드, 리서치 측면에서 월등한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손잡고 선보인 자문형 랩들 역시 성과가 좋아, 앞으로도 자문사와 함께 운용사들과의 종목 자문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운용사들 입장에서도, 랩 자문은 주력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쪽 시장을 간과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 대형운용사 리테일마케팅 본부장은 “이제 펀드와 동등해질 정도로 커진 랩 시장에 대형운용사들도 신경 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