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팀장은 정보에 둘러싸여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경상수지와 환율만 잘 챙겨 봐도 언제 시장에 참여하고 빠져나와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라서 이 두 가지만 체크해도 투자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경상수지는 경기가 너무 과열되거나 교역조건(구매력)이 나빠질 때 떨어진다. 물론 한 달 적자를 기록했다고 당장 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이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4월이나 해외여행이 급증하는 8월처럼 다른 요인이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두세 달 연속으로 이어질 경우엔, 증시주변을 둘러봐서 싼 주식을 찾기 힘들고 주식에 열광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면 얼른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챙겨 볼 것은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의 채권금리까지 챙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므로 원달러 환율을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홍 팀장은 특히 PER과 PBR이 낮은 종목을 선호하는 가치투자자일수록 반드시 경상수지를 챙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5년간 가치주와 성장주의 성과를 비교한 결과 단 2년을 제외하고 가치주가 시장을 밑돈 적이 없었지만, 그렇게 10전 9승을 거뒀더라도 나머지 1패가 가치투자자를 그로기 상태로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주 중엔 자산이 많은 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많은데 불황에는 이런 기업들의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는 우리 경제를 ‘채찍효과’에 비유해, 미국의 소비가 1% 늘면 한국의 수출은 15배 정도 증가하고 반대로 미국 소비가 1% 줄면 수출도 15배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채찍효과란 채찍의 손잡이를 잡은 손목만 살짝 움직여도 채찍 끝부분은 크게 움직이는 모양에 빗대어, 작은 변화에 큰 파급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홍 팀장은 금융 전문가들의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코멘트를 조심하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스스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때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넛지’를 예로 들며, 대중의 의견이 서로 다를 때는 전체 의견의 평균값이 진리에 가깝지만 의견이 만장일치에 가까워질 때면 위기가 찾아왔음을 지적했다. 2000년의 IT버블이나 2007년의 펀드 열풍도 모두 그런 경우이다.
“주가가 한창 오를 때 매수한 사람은 계속 오를 거란 착각에 빠진다. 반대로 떨어질 때엔 계속 하락할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를 ‘인지편향’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금융시장은 평균으로 회귀하는 속성이 강한 곳이다. 뱅가드펀드의 존 보글이 ‘평균 7%씩 성장하던 경제가 어느 해 15% 성장했다면 다음해 성장률은 0%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도 ‘평균회귀’이다.”
홍 팀장은 아직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고용을 늘려 사람들이 대출이자도 내고 소비도 늘리는 방향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데 문제는 미국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장은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으니까 미국 뜻대로 가겠지만 모든 나라가 환율을 떨어뜨리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런데 아직도 미국의 공장가동률은 75% 수준에 그쳐 시장의 불안감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자들은 항상 경상수지와 환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주식을 매수할 때는 버텀업(bottom-up) 방식으로, 팔 때는 탑다운(top-down)으로 접근하라고 권했다.
김창경 기자 c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