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과실책임보험, 주행거리연동보험 등 외국제도 도입 필요
현재 자동차보험료를 둘러싼 공방이 한창이다. 자동차사고 증가로 병원비와 수리비 지출이 늘어나므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과 사업비 절감, 보험금 누수 방지 등 보험회사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자동차보험료는 보험금 부분의 위험보험료와 모집?관리에 필요한 사업비부분의 부가보험료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론적으로 자동차보험료는 보험료의 총합과 보험금 및 사업비의 총합이 일치하는 점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자동차보험료의 준조세적 성격, 보험금 및 보험료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무작정 보험금 및 사업비에 연동하여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선진국들도 자동차보험료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제도의 개선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자동차보험료의 산정을 하려는 단초를 다음과 같이 엿볼 수 있다. 우선 미국의 20여개 주와 캐나다, 북유럽, 호주, 대만 등에서는 자동차보험의 지급보험금, 즉 손해율을 낮추기 위하여 무과실 책임보험(No-fault)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소송의 남발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과실입증과 관련한 다툼으로 보험금 확정이 지체되는 폐단 등을 없애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주의 경우 2만5천 달러의 배상책임보험과 5만 달러의 무과실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한다. 동제도하에서는 일반 상해사고에 대하여는 소송이 제한되고 과실과 상관없이 가입보험회사로부터 의료비, 월 2천 달러 이내의 상실수익 및 월 25 달러 이내의 소액비용 손실을 “기본 경제적 손실 (Basic Economic Loss)”로 보상받게 된다. 다만, 중상해 및 사망사고, 또는 5만 달러를 초과하는 기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대물배상, 자기차량손해, 음주운전 사고 등에는 동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동 제도를 도입하려는 연구와 시도가 있었으나, 과실책임주의를 배제하는 법률개정의 어려움, 피해자의 재판청구권 제한의 위헌성 등의 사유로 실제 도입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였다. 동 제도를 도입한 외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자동차사고 발생시 우선 자기가 가입한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게 되므로 길거리에서 소리치고 싸우는 등 과실비율 다툼으로 인한 불편의 소지가 줄어들게 되고, 불필요한 소송의 남용으로 인한 사회비용의 증가를 상당 부분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보험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 제한의 불이익을 무릅쓰면서까지 비용절감을 꾀하는 정부의 노력에 동의를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제도의 도입을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와 유사한 사안, 가령 보험사기와 관련한 조속한 입법, 일반 의료수가와 자동차보험 수가 등으로 다기화된 의료수가의 일원화 등에 대해서도 사회적 결단과 합의를 통해 손해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보험료의 합리화를 위하여 주행거리에 따른 자동차보험료를 차등화하는 새로운 제도도 선진국들에서 시행되고 있다.
초기에는 운전자가 주유소에서 연료를 주입할 때에 보험도 가입하는 제도(Pay-At-the-Pump 등)로 시작되어 여러 가지 개선안이 제안되었었다. 동 제도는 무보험운전을 없애고 사업비를 절감하는 장점이 부각되어 입법논의가 활발하였으나 시행상의 어려움으로 입법화 되지는 않았었다.
최근에는 보다 현실적인 주행거리 연동보험(PAYD, Pay As You Drive)상품이 개발되어 미국,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에서 실제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Progressive사의 MyRate의 경우 자동차에 단말기를 달아 총주행거리, 속도, 시간 등의 정보를 집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기존 보험료를 산정하던 보험가입자의 개별특성과 함께 주행거리를 보험료 산정의 주요요소로 고려한다. PAYD들 도입하는 경우 보험사의 이익감소 예상으로 보험회사에서 동 제도도입의 유인이 미미하고, 주행거리 확인장치의 설치, 관리 및 확인비용의 부담,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사고와 연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자동차 주행거리를 보험료 산정의 중요 요소로 고려함으로써 보험료산정의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연구를 통해 나타난 자동차운행 억제효과를 통하여 교통체증 완화효과 및 환경개선 등의 부수적인 과실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운행거리를 보험료 산정요소에 포함시키는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더욱이 운행거리 산정에 필요한 단말기, 통신, IT관련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기술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지므로 IT 통신 인프라의 활용 측면에서도 부수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겠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도 보험료의 합리적 산정을 위한 제도개선을 통하여 손해율을 낮추고 사업비를 절감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다. 보험료를 올리면 보험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면 보험회사의 누적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보험료의 수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여 모두가 윈/윈하는 방안을 찾는 혜안이 필요하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