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지난 15일 내놓은 랩개선안에서 증권사의 랩운용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대목은 집합주문, 운용의 기준마련이다. 이제껏 A, B, C 투자자들의 계좌별로 10%를 떼내 S전자의 주식을 사는 식으로 펀드처럼 일정비율로 주문하는 집합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투자자의 계좌별로 투자판단에 따라 집합주문을 내야 하며, 이에 따라 개별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꾸거나 운용역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비용부담으로 이번 랩제도개선안이 대형사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증권 정보승 연구원은 “제도개선방안으로 인해 추가적인 비용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모든 증권사가 Wrap상품을 판매,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1:1 고객관리를 컨셉으로 밝혀 자금력부족으로 투자하기에 마땅치않은 중소형사보다 인력이나 인프라가 뒷받침되는 대형사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가입금액이 적은 고객들이 많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비용 대비 수익성이 떨어져 BP(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도 “계좌관리인(지점직원 또는 PB)은 계좌운용과 관련없는 업무만을 할 수 있고 투자자문사의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자문 내용 차등화 규정으로 인하여 사실상 운용에 해당하는 정보제공(종목과 비중 제시)이 금지됐다”며 “사실상 본사 운용역(포트폴리오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객맞춤관리에서 인력이나 인프라가 앞선 대형사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승 연구원은 “Wrap상품이 인기를 끌더라도 1:1 고객맞춤관리를 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이 확충되야 한다”며 “결국 규모의 경제효과를 볼 수 있는 대형사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중소형증권사의 경우 랩대중화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중소형사 랩운용 관계자는 “1년 유예기간을 뒀으나 다시 새판을 짜야 하는 만큼 만만치않은 시스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가입금액제한의 유보로 타깃을 넓혀 공략할 수 있어 원안대로 추진될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증권사별 랩 어카운트 현황 〉
(단위 : 억원, %)
(자료 : 금융위원회,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