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엔화 왜 오르나?
요즘 엔화의 질주가 거세다. 주요 통화 대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엔화는 최근 1400원을 찍고 1300원 후반대에서 강세다. 달러/엔화도 오름세다. 엔화는 달러당 지난 12일 한때 84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95년의 80.6엔을 기록한 이후 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달러 대비 엔화하락은 엔화통화가치의 상승을 뜻한다. 예를 들어 과거 1달러에 100엔인 것을 지금은 85엔으로 살 수 있다. 달러가치는 15% 떨어진 반면 엔화가치는 15% 오른 것이다.
엔화의 고공행진의 배경은 일단 주요 선진국 통화의 지위약화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세계에서 기축통화로 통하던 달러, 유로화 등이 재정위기여파로 그 신뢰가 떨어지고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반면 달러는 세계기축통화로서 체면을 구겼다. 주식같은 위험자산이 하락할 때 달러는 안전자산에 속해 강세를 보였으나 지금은 달러 움직임이 둔화되고 약세를 보인다.
반면 일본의 위상은 크게 오르는 추세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일본은 순채권국가로 1조달러가 넘는 금, 외환을 보유하고, 경상흑자로 부채를 갚아 돈을 떼일 위험이 없는 안전국가로 각광받는다. 부실위험이 낮다보니 수요도 몰려 엔화도 수혜를 입는다.
경기모멘텀 변화도 엔화강세 쪽에 유리하게 돌아간다.
미국은 잇단 경기부진으로 추가적인 양적완화정책으로 다시 돈보따리를 풀어야 할 상황. 그 대표적인 방법이 현재 2%대에 이르는 국채금리의 인하다. 금리인하로 제로금리인 일본과 미국 사이의 금리차가 축소돼 엔화차입투자(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으로 엔화강세를 부추겼다는 진단이다.
대우증권 고유선 경제금융팀장은 “일본 경기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일본 금리는 더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경기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 달러화의 반등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미국금리에 따라 출렁, 선진국경기회복시 약세
관심은 엔화강세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느냐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추가상승을 두고 온도차가 있다. 먼저 엔화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주요 근거로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글로벌불균형의 해소를 꼽고 있다.
대우증권 고유선 경제금융팀장은 “아시아 통화강세 vs 선진국 통화 약세흐름은 선진국의 구조적인 문제가 완화될 때까지는 필요하다”며 “올해 하반기동안엔 아시아 통화와 엔화에 대한 강세압력은 유지돼 중장기적으로 엔화강세가 대세”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일본의 부채증가세가 완만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대규모 재정확장정책의 가능성이 낮은 점도 엔화강세의 호재로 꼽았다.
반면 엔화가 클라이막스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신영증권 김재홍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부각돼 엔화강세 부담이 높지만 추가적인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긴 흐름에서는 엔화강세보다는 약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경기가 재정효과의 약발로 회복세가 접어든데다, 개선되는 기업이익을 감안할 때 더블딥 가능성이 낮다는 것. 이는 투자심리완화로 확대돼 엔캐리청산도 줄며 엔화가 약세로 전환한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김재홍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의 단기저점이 84엔을 하회하지 않는다면 연내 90엔을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한편 미금리에 따라 엔화가 출렁거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 김철중 연구원은 “엔화강세는 미국의 경기확장적 통화정책이 미국채 금리를 낮추고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면서 나타난 부수적인 현상”이라며 “미국채 금리가 지난해 3월 18일 저점 수준인 2.5수준에서 바닥친다면 엔화도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