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기금 13일 연속순매수, 하방경직성 강화
최근 국내증시와 해외증시 사이에 디커버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 세계주요 증시는 지난 6월부터 비바람을 맞았다.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달 29일 강력한 지지선인 1만선이 무너진데 이어 독일, 영국 등 유럽증시도 6000p, 4000p가 무너졌다. 상해, 나스닥종합지수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두드러진다. 지난주 KOSPI는 14.42p(-0.86%) 떨어진 1671.82p로 마감했으나 주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주 상해종합지수, 나스닥은 각각 6.66%, 5.92% 하락했으나 코스피는 3.35% 내려 상대적으로 견조한 주가흐름을 보였다.
세계증시의 폭락세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선방한 데 연기금의 힘이 컸다. 수급을 살펴보면 연기금은 더블딥 우려로 세계증시가 꺾이기 시작한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6일까지 13일 연속순매수행진을 이어갔다. 거래소, 코스닥시장 통틀어 총순매수금액은 1조2582억원으로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희망적인 대목은 앞으로도 연기금의 순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최근 주식투자 비중확대가 주요 내용인 ‘2011년 연금기금운용안’을 발표했다. 이 운용안에 따르면 주식투자비중을 21.7% → 24.6%로 2.9%p 상향조정한 반면 채권비중은 71.9%에서 67.6%로 4.3%p 낮췄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투자 비중도 2010년 목표비중인 16.6%에서 18.0%로, 해외 주식투자비중도 5.1%에서 6.6%로 올렸다. 국내주식투자를 확대하고 해외주식으로 투자다변화를 꾀해 전체 금융자산의 수익성을 높였다는 게 보건복지부측의 설명이다.
이 수치로 계산하면 연기금이 주식매입 실탄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실제 우리투자증권은 2010년말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채권, 대체투자가 모두 목표비중에 도달한다고 가정한 뒤 매수여력의 경우 국내주식 목표비중 16.6%를 감안하면 약 9.4조원, 2011년 목표비중 18%를 적용하면 약 10.3조원으로 추정했다. 최근 잇단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여력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분석이다.
◇ 약 19.7조원으로 국내주식투자여력 풍부
실제 전문가들은 최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지는 시장상황에 비춰 앞으로도 국민연금의 순매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KOSPI 1700선 부근이지만 MSCI Korea의 PER는 9배 수준으로 벨류에이션 메리트는 여전하다”며 “글로벌 증시변수가 있지만 한국 경제와 펀더멘탈 메리트는 상대적으로 견조해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에 가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도 “과거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는 KOSPI의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상승할 때마다 증가했는데 경험상 MSCI KOREA 12개월 Forward PER 기준 8~9배에 순매수가 집중된 됐다”며 “지난달 18일 이후 연기금이 일평균 1,000억원대의 순매수를 기록하는 주요 원인은 KOSPI의 12개월 Forward PER이 9.1배 가량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연기금 주식투자의 주요 잣대인 기업실적이 나아지는 것도 고무적이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최근 기업이익의 절대금액 추정치가 계속 상향조정되는 상황”이라며 “연기금의 주식매수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연기금의 순매수가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영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연기금은 최근 수급 불균형을 메우기 위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고 내년에도 약 7조원 수준의 국내주식투자를 계획했으나 사실상 약 950조원을 육박하는 코스피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며 “다만 연기금 매수라는 심리적 안전판이 지수가 박스권하단으로 치닫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저가매수의 버팀목으로 작용해 국내 증시의 하방리스크를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