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감독당국이 저축은행의 부동산PF를 규제하면서 다른 영업분야로 쏠림현상이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최근 저축은행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부동산PF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함께 다른 영업부문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PF 규제로 다른 고수익 고위험 영업군 모색
감독당국은 지난 4월 저축은행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PF 대출 비중을 총 여신의 30% 이하로 규제하며 내년에는 25%, 2013년에는 20%까지 낮추기로 했다. 또 PF 대출과 부동산·건설 관련 업종에 대한 대출비중도 전체 여신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앞다퉈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부동산PF 수익을 대체할 수 있는 대출처를 발굴하기 위해 고수익 고위험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독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고수익 고위험 대출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의 부동산PF 대출 등은 리스크가 높으며 고유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줄여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저축은행은 예금자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용을 할 수 있는 업무영역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선박금융, 메자닌, NPL 등이 증가하고 있는데 리스크가 높은 부문이기 때문에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저축은행들은 부동산PF 비중을 줄이면서 이를 대체할 만한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캐피탈사들이 하고 있는 업무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분야가 선박금융, 메자닌, NPL(부실채권) 등이다.
선박금융의 경우 해운업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저축은행들이 뛰어들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의 선박펀드를 통해 벌크선 6척을 현대중공업에 신규로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외 선사가 대한조선, 현대미포조선에 발주 취소한 선박 4척과 2척을 저가에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금융권에서 처음 선박에 직접투자하게 된 사례가 되기도 했다.
부산상호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벌크선 5척을 담보로 5명의 선주들에게 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시했다.
다른 대형 저축은행들도 선박금융 투자에 나서는 것을 검토하거나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메자닌 투자도 중요한 영업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W저축은행이 높은 수익을 내면서 대형저축은행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메자닌은 성장성은 충분하지만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자금을 지원한 대가로 향후 주가 상승의 차익을 가져가는 방식의 투자다.
메자닌 투자가 최고 5배까지 수익이 발생하면서 높은 영업이익을 가져다 준 것. 이같은 실적에 힘입어 W저축은행은 지난해 단일지점으로 1조원이 넘는 대형저축은행으로 도약하기도 했다. 이에 솔로몬, 현대스위스, 토마토 등도 메자닌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NPL 인수도 지난해 하반기에 은행권에서 대거 부실을 털어내면서 증가했다.
저축은행이 지난해 부실채권(NPL)투자에 적극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저축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솔로몬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 등이 대표적으로 NPL 투자에 나서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NPL투자는 이번 회계연도(2009년 7월~2010년 6월)에 20~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PL 매각 규모가 보통 1조원 대이지만 지난해 2조원대에 달했으며 올해는 2배이상인 4~5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 신규 영업부문 SPC 감독 집중
하지만 선박금융, 메자닌, NPL 등은 리스크가 높은 영역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박금융의 경우 현재 시황이 좋아 많은 수익이 예상되지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것.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선박금융 투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시황 변화에 따라 해운업체의 리스크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자닌의 경우도 중소기업의 성장성을 분석해 투자하며 주가 상승에 따라 높은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항상 따르는 부문이다.
특히, 투자금 회수가 주식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향후 경기회복이 관건이 될 수 있다.
NPL 또한 부실채권이기 때문에 경기가 어려워 채권이 회수가 되지 않을 경우 인수한 곳의 부실 우려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 최근에는 신용물건에서 담보물건 위주로 부실채권이 시장에서 매각되면서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PF 리스크를 줄이고 타 영업분야로 신규 수익원을 찾아가는 것은 저축은행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고수익 고위험 영업군에 대해서 제대로 영업을 하는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SPC(특수목적회사)를 활용하는 투자에 대해 제대로 관리가 되는지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