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장기적 투자와 일관된 경제정책 필요](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606181913103075fnimage_01.jpg&nmt=18)
환경정책 20년 넘게 유지돼 산업발전 계기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경제의 재정 건전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독일은 2009년 GDP가 전년에 비해 마이너스 5%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경상수지 흑자를 이루고 실업도 늘어나지 않는 경제 운영 성과를 보여줬다.
이같은 배경에는 동서독 통일에 이은 유럽통합, 강한 제조업 전통과 개혁을 통한 제조업 전문화, 그리고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정부 정책에 의한 기업의 미래 대응력 확보 등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주도형 독일 경제의 지속적 성장은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게도 주는 시사점이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서원 책임연구원은 ‘독일경제가 위기에 강한 이유’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속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 정부부채 GDP대비 70%대 머물러 재정 안정화
이 보고서에서는 독일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출주도형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수출구조로 인해 시장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2000년대에 연평균 13.1%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유로화가 강세를 지속한 지난 수년간 보여준 독일의 수출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어려운 환율 여건에서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독일 경제의 위기 대응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으로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점을 꼽았다. 금융위기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한 2007년 2분기에 독일은 8.5%에서 7.5%로 실업률이 낮아졌으며, 향후에도 경기 회복에 따라 기계류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른 고용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독일의 재정 건전성도 주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또한 금융 위기로 인한 재정 확대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격한 정책의 추진과 함께 현재 정부 부채 또한 GDP대비 70%대에 머물고 있어 선진국들 가운데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재정 안정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수출 활력의 거점, 구동독 지역
이 보고서는 독일 통일의 후유증을 오래 경험한 독일 경제는 2000년대 들어 점차 활력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활력 회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유럽 통합과 구동독 지역의 존재, 그리고 낮은 물가 상승 등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독일의 경우에는 통일 이후 감내해야 했던 10년의 장기 침체 시기 동안 지속했던 경제 체질 변화가 유럽 통합에 따른 새로운 시장확대와 함께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통일 이후 침체를 보이던 구동독 지역은 유럽 통합과 함께 점차 독일 수출 활력의 거점으로 부상하게 됐다. 낮은 임금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저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서독 지역에 대한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부차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1999년~2008년 기간 동안 실질임금 상승률이 오히려 연평균 마이너스 0.5%를 기록할 정도로 임금 상승이 억제됐다.
또한 독일의 경우 지난 10년간 낮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어 낮은 물가에 의한 임금 상승 억제가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1999년~2008년 사이 독일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1.7% 수준으로 주변국 대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다.
독일 주택가격이 낮게 유지된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실제로 30년간 주택가격이 거의 변화가 없었으며 부동산 가격과 함께 농산물 가격도 낮게 유지됐다.
물가와 임금 안정, 유럽 통합 효과 등이 독일의 경쟁력 회복을 가능케 한 기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제조업 중심의 장기 투자와 전문화 등 라인 자본주의의 오랜 전통(legacy)이 지속된 점도 위기에 강한 독일 경제의 오늘을 만들어낸 요체라고 분석했다.
◇ 제조업 분야의 장기 투자 확대
이 보고서는 독일이 1990년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던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서 책임연구원은 “제조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금속 및 기계류 관련 투자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 영국 등 영미권 국가뿐 아니라 수출 중심의 성장을 지속하던 일본의 경우조차도 금속 기계류에 대한 투자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는 것과 커다란 대조를 보이고 있다”며 “또한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이 고착화된 미국 등 영미권 국가들과는 달리 독일의 경우 제조업 분야로 우수한 인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산업개혁으로 인해 전통적인 금융산업과 제조기업간의 상호지배를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정부에서는 1998년 기업부문 통제와 투명성 법안을 마련했고, 2001년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한스 아이헬이 입안한 독일 금융기업의 자본참여 축소에 대한 조세감면 계획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02년 1월 이후부터는 자본출자 해소에 대한 법인세와 영업세가 이전과는 달리 한시적으로 면제됨에 따라 독일 기업들의 전통적인 상호지분참여 관행이 상당히 줄어들게 되었다. 이를 통해 독일 산업계 전반의 자본참여가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상호간 자본참여의 감소는 각 이해 당사자에게 전문화를 강화하는 긍정적 계기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러한 전문화 추세는 제조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나 공장 설립을 통한 해외직접투자(FDI)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독일 기업들의 글로벌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활발한 해외투자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FDI 투자 금액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 국가정책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
이 보고서는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독일은 전통적으로 산업정책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나라에 속해왔다고 설명했다. 산업정책 보다는 경쟁정책을 통해 공정한 경쟁 기회의 확보가 궁극적인 산업 경쟁력 확보의 요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왔다는 것. 하지만 유럽 통합 이후 사정이 다소 변화하게 됐다. 그동안 쪼개져 있던 국별 시장이 통합되면서 유럽 전체가 하나의 단일 내수 시장이 된 것. 그 결과 경쟁정책 역시 유럽연합 차원의 단일 정책이 관철되면서 점차 개별 국가의 손을 떠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원국들은 유럽연합의 경쟁정책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 지원 정책을 수행하여 일자리를 만들고 연구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고 덧붙였다. 자연히 정책의 초점이 규제에서 지원으로 맞추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 하에서 현재 독일이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정책은 지역별 산학 연계에 의한 기술 개발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함부르크 지역의 항공산업 지원을 위한 연구센터 지원, 작센 주 인근의 반도체 산업을 위한 지원, 자동차 산업을 위한 지원, 괴팅엔 지역의 측정 산업 지원 등이다.
또한 독일에서는 표준 시장 선점을 통한 자국 기업의 우위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독일은 독일표준협회를 통해 DIN(Deutsche Industrie Normen)이라는 자국의 표준 규격을 국제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DIN 표준이 독일과 유럽 차원의 표준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준이 되도록 각종 지원을 수행하고 있는 것.
자국 표준이 국제화될 경우 독일 기업들은 표준 인증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낮은 진입장벽으로 전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라인 자본주의의 전통 하에서 기업들간의 협력에 의한 표준 설정이 활발했던 독일에서는 기업들이 다양한 표준을 서로 내세우기 보다는 단일한 표준을 업계 스스로 마련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표준 선점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책임연구원은 “독일은 현재 환경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다투고 있다”며 “일찌감치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위한 각종 정책을 수립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선 독일 정부의 정책 이니셔티브 덕택”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여타 선진국과 크게 대조되는 위기 극복 능력을 보인 독일 경제의 부활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 경제, 한국 산업의 성장 활력 유지와 체질 강화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