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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짐 남기지만 그동안 행복했다"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0-03-19 16:45

이성태 韓銀 총재, 마지막 금융협의회서 소회

"너무 큰 짐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가지만 그동안 큰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자리를 떠나기 전 마지막 금융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금융협의회는 2002년 시작한 월례회의로 한국은행 총재가 시중은행장을 한은으로 초대해 조찬을 같이하면서 소통하는 간담회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을 찾은 시중은행장들에게 "그동안 잘한 건 없는데 무척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다"며 "(임기 4년간) 행복했다"고 말했다.

위기 시 급격한 완화 기조로 전환했던 통화정책을 끝까지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임기를 맞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치는 듯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4분기부터 금리인상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당장 출구전략을 시행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출구 쪽으로 다가서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11일 금통위에서도 금리인상을 못한 채 "큰 배는 빠른 방향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미리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며 선제적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만 남겼다.

사실 이 총재가 지난해 10월부터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면서 지난해 11월 시장에서 바라보는 금리인상 가능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 때문에 당시 시중은행들은 금리인상 전에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며 특판예금 상품을 팔아 수신잔액을 높여 놓았다.

하지만 막상 금리인상이 총재 뜻대로 되지 않자 총재 발언은 시장에 혼란만 초래하게 됐고 시중은행들은 넘쳐나는 유동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이날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장은 "당시만 해도 남유럽 위기 등이 터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총재가 금융협의회에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며 "그때는 그 얘기를 듣고 나뿐만 아니라 다들 조만간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이 총재는 역설적이지만 이번 위기 때문에 중앙은행 위상이 강화될 수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나라 경제에는 큰 불행이었고 국민도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한은으로서는 국민들이 평소에 한은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다가 이를 계기로 중요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긴 게 다행일 수도 있었다"며 "반면 중앙은행으로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뻔한데 너무 기대가 커서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움직여서 할 수 있는 일은 통화정책 뿐이다. 하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자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을 바라보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아 시장을 안정시키고 환율을 정상화시키면서도 외환보유액도 높여 놔야 한다는 복잡한 주문을 한꺼번에 쏟아냈던 것이다.

이 총재는 다음주 경제연구소장들과 갖는 경제동향간담회와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등 남겨져 있는 공식 일정을 소화한 뒤 물러난다.



관리자 기자 adm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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