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전셋값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이 막혀 은행들이 돈 굴리기가 어려워지면서 대출시장에서 문을 열 수 있는 곳은 전세대출 시장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전세자금 대출을 코픽스 금리로 적용키로 하면서 ‘아파트전세론’ 상품에 대해 최고 0.56% 포인트를 인하했다. 신한은행도 수도권이나 광역시 지역 아파트 대상의 전세자금을 최대 2억원까지 빌려주는 ‘신한 전세보증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도 ‘우리아파트론’, ‘우리전세론’ 등의 대출상품을 코픽스 금리를 적용키로 하면서 0.30~0.50%포인트 인하했다. 또 대출금의 10%까지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고 대출 자격도 신용 7등급 이상에서 8등급 이상으로 완화했다.
외환은행 역시 전세자금과 중도금, 이주비 대출에 대해서도 코픽스를 적용해 대출 금리를 0.18~0.19%포인트를 낮췄다.
이같은 은행들의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지속되고 대기업들도 투자를 꺼리면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공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전세 수요가 급등하고 가격도 오르고 있는만큼 돈 굴릴 곳이 없는 은행들에게는 현재로선 전세대출 시장이 제격”이라 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들의 전세대출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의 현재(7일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기금대출 제외)은 5540억원으로 전달 5137억원보다 400억원이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이들 은행가운데 한달만에 가장 많은 200억원이 늘었고 신한은행은 100억원, 하나은행이 80억원씩 늘어났다.
이처럼 마땅한 대출처를 찾지 못한 은행들이 전세대출 늘리기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앞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가계부채 부실 문제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정중호 하나금융 연구원은 “은행들이 가계부분에서 늘릴 수 있는 대출처가 없는만큼 자금운용에 있어 효율성에 기여할 수 있지만 필요이상으로 과열경쟁을 하다보면 심사기준이 완화화될 수 있어 불확실성 요인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시 소득창출능력이 떨어지는 가계주체들의 상환능력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