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달러, 저금리로 인한 캐리 트레이딩 환경은 지속될 가능성 높아
전통적으로 한국 증시는 선진국이나 이머징 대비 저평가된 국가로 통했다. 그럴 만 한 것이 한국의 PER은 10배 초반으로 이머징 평균 12.8과 선진국 대비 각각 20%, 27% 디스카운트 되어 거래되고 있다. 한국의 이익 증가율이 매우 높기 때문인데, 작년 한 해 한국의 EPS 상승률은 53.8%로 대만(46.1%), 중국(14.7%), 미국(1.3%) 대비 월등히 강했다.
밸류에이션의 면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 증시는 디스카운트를 넘어 이미 리레이팅을 준비하고 있다. 선진국 대비 한국의 상대 PBR은 2000년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해왔지만 선진국 대비 73% 수준을 넘기는 데에는 번번히 실패해왔다. 2009년에는 83%수준까지 급등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체질 개선과 밀접하다. 유사한 ROE를 창출하는 기업들이라도 자산효율성, 수익성, 레버리지비율 등 3가지 관점으로 구분해서 보면 엄연한 차이를 읽어낼 수 있는데, 국내 기업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200%로 전세계 기업 중 가장 낮은 반면 투자 설비 대비 매출 수준은 매우 높다.
해외기업과 달리 돈 빌려 사업하지 않아 현금이 많고 자산의 효율성은 더 높다는 의미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더블 딥이 진행되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승자 효과를 오히려 공고히 해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으로 한국 증시의 리레이팅을 기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선전이 미증유(未曾有)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되었다는 점 역시 매우 흥미롭게 봐야 한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시가총액 간 차이는 약 80억 달러 수준으로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과거 2002년 IT버블의 여진으로 미국 IT 재고의 홀세일 재고가 전년비 20%이상 감소 했지만 당시 삼성전자의 인텔 대비 상대 밸류에이션(PBR)은 2000년 이후 최고수준인 0.9배까지 도달했고, 일본 소니의 시가총액 마저 앞지른 바 있다.
지금 환율이 하락압력을 받고 있어서 교과서적으로는 수출주 채산성에 악화를 우려할 수 있지만 기업의 성공 여부는 거시 변수보다는 핵심 경쟁력에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과거 80년 당시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로 TV나 VTR 수출량이 줄어들었으나 당시 일본의 핵심 경쟁품목인 캠코더 수출량은 엔화강세가 진행된 3년간 2백만대에서 5백만대로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출구전략이 미국보다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한국의 경기 여건이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IMF가 예상하는 2010년 한국의 GDP상승률은 3.6%로 미국(1.5%)과 일본(1.7%)보다 높다. 2010년 GDP대비 예상 재정 수지 역시 일본(-8.0%), 영국(-6.8%), 미국(-6.7%) 등 선진국 전망은 밝지 않지만, 한국은 올해 -2.7%를 기록한 뒤 2014년에는 2.6%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GDP대비 부채비율은 올해 GDP의 39.4% 수준으로 선진국 대비 재정 건전성도 좋다. 미국 금리인상이 빨라야 올해 4/4분기일 것이기 때문에 상반기 한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베이비 스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긴축관련 우려가 있지만, 중국 경제는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강한 경기회복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이 올해 말까지 집행이 유효할 뿐아니라, 지난 30년 동안 매년 거의 10% 가까운 성장을 보여온 관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성장이 80년대 일본을 닮았다는 우려가 있으나 중국의 1인당 GDP는 일본과 미국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당시 일본과 달리 중국의 부족한 공공인프라투자 확대 여력은 중대한 차이로 구분되어야 한다. 물론 글로벌 불균형 속 수출 중심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이 ‘부양과 통제’라는 아이러니한 정책을 펴고 있다. 가전하향, 이구환신으로 대표되는 소비확장 정책과 지준율 인상과 은행의 대출규제가 동시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힌트는 중국의 성장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좀더 강화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련의 유동성 통제정책은 2004년의 ‘긴축’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며, 부동산 버블이나 물가 상승을 비롯 핫머니 유입 등 소비 회복에 저해되는 것을 사전에 통제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큰 그림에서 보면 이머징으로의 자금 유입 동력인 캐리 트레이드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취약한 고용상황 속 미국의 금리인상 압력이 높지 않아 약달러, 저금리로 인한 캐리 트레이딩 환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머징 통화 강세는 비달러화에 투자한 외국인에게 환차익 기회를 제공하고, 원화 강세는 한국 경기 및 한국 기업의 상대적 우위를 설명해 준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 기업은 매우 긍정적이다.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한국 시장은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