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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마지막 주말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9-12-30 21:20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2009년의 마지막 주말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사상 최초로 원전 수출 계약을 따냈다는 소식이 공표되었다.

멀리 UAE까지 직접 날아간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환한 얼굴로 국운과 희망을 이야기했고 다음날 한국전력의 주가는 1989년 상장이래 처음으로 시초가에서 상한가를 기록했다.(종가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적은 99년 이전에 몇번 있었다.) 주식시장의 열광이 오래가지 않아 원전 수출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셈이 되긴 했지만, 우리는 위기를 거치며 강화된 우리기업들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회복과정에서 혁혁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보면서 희망을 논하고 있는 요즘과, 불과 1년전 1930년대 대공황과 오늘날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유사한지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분석이 쏟아지던 모습을 비교해보면, 결코 길지 않은 1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가 얼마나 큰 변화를 경험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숨돌릴 틈 없이 몰아쳤던 역사적인 금융시장의 위기와 회복과정을 우리는 이제 막 지나왔다.

◇ 2009년 : 빠르고 강했던 변화의 해

변화의 속도가 빨랐던 만큼 변화의 진폭 역시 대단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저점대비 90% 가까이 반등하면서,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시장의 과열을 논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정도였다.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세계 경제가 보여준 회복의 정도는 결코 크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가파른 시장의 상승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더 넓혀서 2008년 하반기 금융시장의 패닉과 그 이후의 전개과정을 연결시켜 보면 올해 시장의 격변을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2008년 지수 하락의 절반 정도가 리먼 사태 이후 신용경색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유동성 투하로 신용경색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시장이 리먼사태 이전으로 회복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다분히 정상적인 회복의 수순을 밟았고, 비관이 시장을 지배할 때 주식을 사야 한다는 오래된 격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였다.

시장이 빠르고 강한 반등을 보이면서 전례없던 특수한 상황도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반등에 편승하기 위해, 신용경색 해소의 수혜를 받는 금융업종과 글로벌 수요 회복에 민감한 수출 기업들에 관심을 집중시켰고, 결과적으로 시장 내에서 업종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여름 이후 해외 투자자들이 자국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반등을 주도하면서 시가총액 대형주와 중소형주 사이의 수익률 편차 역시 크게 확대되었다. 일부 업종과 대형주로의 편중은 필자와 같은 가치투자자에게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의 대상들은 기업가치의 변동성이 낮고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나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크게 낮은 종목들인데, 경기에 민감한 종목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소외된 종목들의 저평가 상태는 지속돼 가치주 스타일 펀드들의 상대 수익률이 하반기들어 저하되었다. 하지만 연말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불균형은 점차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2010년 : 노력이 필요한 시기

이제2010년을 앞둔 지금, 주식시장은 새로운 분기점에 와있다. 경제상황이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선진국 수요 회복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고 출구전략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란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또 두바이 월드나 최근 국내 일부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설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지연된 구조조정 관련 리스크가 시장 내에 잠복해 있다. 물론 금융시장의 안정화와 기업이익의 회복을 감안했을 때 현재의 주가 수준이 크게 위험하다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주식을 매수할 정도로 주가가 매력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위기와 회복을 거치며 주가가 적정 수준에 근접하면서 오히려 투자 선택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투자업계에서 오련 경력을 가진 필자의 지인은 ‘15년 동안 봐온 주식시장 중에서 지금이 가장 판단하기 어렵다.’ 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시장 내에서는 2010년 주식시장이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 존재하고 있지만, 지금 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확정적인 트렌드를 보일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굳이 방향성을 예측하자면, 필자는 오히려 상반기에 변동성이 커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한다. 출구전략의 지연과 글로벌 경기의 더딘 회복으로 내년 상반기 경제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낮고, 부채가 과도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상반기는 현 주가 수준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반기 들어서는 구조조정 이슈가 마무리되고 선진국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보다 우호적인 상황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하반기들어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이는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후행할 것이고, 시장에 반영돼 있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축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모습을 예측해보긴 했지만, 실제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실 미래에 대한 예측과는 무관한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우선 시장의 방향성을 예단하는 것보다 당장 시장 내에 남아있는 업종간·종목간 불균형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해 보인다. 대형주와 경기민감주에 편향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면, 관심의 범위를 넓혀 시장 대비 크게 저평가돼있는 우량주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

더불어서, 장기적 시각을 갖고 트렌드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관련 이슈들과 선진국-이머징 국가간 내수소비 불균형의 해소는 해묵은 이슈들로 보이지만 그만큼 향후 투자 의사결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요소들이다. 해당 분야에서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부에서 2010년의 사자성어로 현재의 근면한 노력을 통해 미래의 행복을 누린다라는 뜻을 가진 ‘일로영일(一勞永逸)’을 선정했다고 한다.

내년 주식시장에도 잘 부합되는 말인 것 같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개별 기업의 투자가치와 장기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지금의 주식시장 역시 투자자의 근면한 노력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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