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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컬럼] ‘외화 유동성 위기’의 추억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9-11-01 21:03

방승범 F1컨설팅 컨설턴트

[F1컬럼] ‘외화 유동성 위기’의 추억
전세계 부채 증가로 인한 외화 유동성 위기 대비해야

금융기관 외화 유동성 관리는 수익성 측면 접근 안돼

최근 무디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진화하기 위해서 늘어난 공공부채에 의한 일부 국가의 공공자금 조달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동시에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영국을 포함하여 금융권 구제와 재정확대정책으로 공공부채가 크게 늘어난 국가에 대해 일제히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IMF는 “G7에 호주와 한국을 포함한 경제 상위 9개국의 공공부채가 오는 2014년까지 GDP 대비 120%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가부채 증가에 의한 등급 하락 가능성이 범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는 작년 말 경험한 외화 유동성 위기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현재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국내 금융권의 외화 차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데, 만약 이들 국가의 금융위기가 재발되고 신용등급 하락 등의 이유로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서 외화 유동성 위기가 재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공공부채 증가 및 신용등급 하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므로 외화 유동성 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는 우리가 기축통화를 발행할 수 없다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위기에 대한 인식 수준은 예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듯 하다. 실제로 7개의 국내 시중 은행 중, ‘구속력 있는 외화 차입선(committed credit lines)’을 약정한 은행은 1개 은행뿐이며, 대부분의 은행은 수익성 문제로 이러한 외화 차입선 구축을 포기한 상태다.

또한, 모 은행에서 외화자금조달 수단의 다각화 일환으로 발행한 아시아 최초의 커버드 본드(Covered bond)는 아직까지 ‘과다 비용’ 논란에 휩싸여 있다. 결국 국내은행은 여전히 금융위기 시 정부나 한국은행이 외화 유동성을 지원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국내 은행권의 현실에 대하여, 무디스는 확실치 않은 차입선을 기초로 비상자금조달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자산회수 계획도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일부 해외 투자자들은 정부로부터 외화를 직접 공급받은 국내 은행들에 대해서는 ‘테크니컬 디폴트’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하에서 최근 금융감독당국의 행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도입한 “유동성 리스크관리 기준”은 위기상황 발생 시 요구되는 처분 제한이 없는 양질의 유동성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특정 자금조달원에 대한 편중도 완화 및 만기를 분산토록 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국공채 등 위기 시 제한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양질의 유동성 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동 기준에서는 취급규모가 큰 통화에 대해서는 위기상황에서의 환율 변동성 확대, 외환시장 접근 가능성 축소 등을 고려하여 통화 별 유동성 리스크 관리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은행들의 해외지점 현지화 혹은 현지은행 인수합병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기존 해외 지점이 교민과 현지진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영업’이 아닌, 현지인과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전개할 경우, 해당 통화의 외화예수금 증가 등을 통해 안정적 외화자금 조달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현지 금융기관과의 네트워크 강화는 좋은 조건의 ‘구속력 있는 외화 차입선’ 약정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외화 유동성 리스크관리 기준”은 외화 유동성 관리 대상 비율 산정 시 외화자산을 실제 회수 가능성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차등화 및 총자산 대비 일정 비율을 안전자산으로 유지토록 최소 보유한도를 설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은행들이 외화대출이나 외화유가증권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자본 대비 외화자산 또는 외화부채의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외화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내년 중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서 “외화 레버리지 비율”에 대한 규제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왜냐하면, 글로벌 금융 위기시 마다 불거지는 외화 유동성 위기의 근본적 문제는 은행권의 외화자산 규모에 비해서 외화부채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사실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6월 기준 국내은행의 외화자산은 152.0조원인 반면 외화부채는 200.6조원으로 환율이 상승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환차손이 예상된다.

따라서, 외화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통한 외화차입 규제는 국내 은행이 환율변동 및 신용경색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점을 상당히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실제 회수 가능성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외화 유동성 관리는 유동성 수준이나 회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관리되었던 기존 지표의 한계를 상당히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과 같이 감독당국이 새로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외화) 유동성 리스크관리 기준은 은행권의 유동성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제 요건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려는 은행들의 실행 의지일 것이다. 새로운 규제는 항상 비용을 수반하고 비즈니스를 일정 부분 제약하게 되므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 말 한 푼의 달러라도 더 조달하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굴렸던 경험을 다시 되풀이 해서는 안될 것이다. 위기가 자꾸 재발하는 건 ‘위기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너무 빨리 지워버리는 우리의 행태 때문일 것이다.

유동성리스크 규제는 전세계적으로 도입하는 규제이므로 감독당국에서는 바젤위원회 등에서 이루어지는 “Rule-making”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요건은 현실화하도록 해야 하고, 은행은 강화된 유동성 규제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어 신용도가 하락하고 다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겪지 않도록 수익 대비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개발하고 부채 구조를 안정화하는 효율적인 유동성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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