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주식형·섹터펀드 성적도 괄목
그동안 ‘금녀(禁女)의 벽’으로 여겨지던 운용업계내 여성펀드매니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은행, 보험, 증권업 등 전 금융권을 통 틀어 유독 운용업계내 여성펀드매니저는 극소수였다. 통상 펀드매니저는 성과주의 연속성과 고된 업무량탓에여성으로선 알게 모르게 업무상 제약과 부담이 따라왔던 것.
그러나 최근에 다양한 섹터펀드의 등장과 전문 운용능력이 중시되면서 여성펀드매니저들의 업무영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실제 금투협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전체 운용역 중 2.6%인 10여명 남짓이었던 여성매니저들은 현재 10.7%까지 확대, 전체 운용역 1,226명 가운데 131명으로 대폭 늘었다. (기준일: 2009.9.30 금융투자협회)
기존 채권운용 위주로 한정됐던 여성 매니저들의 운용범위 또한 확대됐다. 이에 각 분야에서 탁월한 운용능력을 자랑하는 여성매니저들도 부각중인 것.
특히 업계 최초로 여성 주식운용본부장이 전격 임명돼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알리안츠GI자산운용의 김유경 이사.
교보투자신탁에 입사해 지난 2004년부터 알리안츠운용으로 옮겨 주식운용팀 연금운용팀장을 맡아온 김 이사는 연기금과 법인 자금 운용 당시 소신 있는 운용을 펼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실시된 사내승진인사에서 주식운용본부장 타이틀을 거머쥔 것.
이와 관련 알리안츠GI운용 이원일 사장은 “김 이사의 경우 경력과 실력, 여기에 회사 철학에 맞도록 소신있는 펀드 운용을 선보여 주식운용본부장 자리에 임명됐다”며 “그동안 펀드 운용시 여성이라는 성별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던만큼, 향후 운용 성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치운용의 명가 신영투신운용의 주식운용본부 3팀 박인희 팀장 역시 대표적인 여성펀드매니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박 팀장이 총괄하는 펀드는 ‘신영마라톤A1펀드’로써 국내 대표 가치주펀드로 자리매김중이다.
실제 이 펀드는 5890억원 규모인데다, 1년 누적 성과 또한 51%로써 국내주식형 상위 4%대에 랭크돼있다. 또한 신영투신운용의 경우 주식운용본부 14명의 매니저중 7명이 여성매니저로 구성된 점도 특징.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임은미 차장도 하이자산운용의 주식형펀드 대표 매니저다. 올 상반기 국내주식형펀드중 최상위 성과를 보였던 ‘하이중소형주플러스주식형’의 전담 운용에 이어 최근 하이자산운용이 야심작으로 출시한 ‘하이3대그룹주플러스주식형펀드’ 운용까지 도맡은 것.
여기에 주식운용본부 모델포트폴리오(MP)까지 총괄하는 주식운용본부의 핵심 브레인이다.
해외펀드 운용 부문에선 NH-CA자산운용의 해외주식팀 김현 차장이 대표적으로 손 꼽힌다. 지난 2007년부터 김 차장이 운용중인 ‘NH-CA파워브릭스펀드’와 ‘NH-CA러브펀드’의 수탁고는 총 800억원 규모로, 누적성과 역시 각각 99%, 100% 고수익을 톡톡히 연출중이다. 이 밖에 섹터펀드에서도 여성 매니저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올 초 가장 관심이 집중된 녹색성장 펀드 중 최상위 성과에 드는 하나UBS운용의 ‘하나UBS신경제그린코리아증권투자신탁형’의 운용역은 바로 오현정 포트폴리오매니저.
오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다양한 녹색 테마중 코스닥이 주도하는 2차전지와 LED가운데서도 펀더멘털이 강한 대표 우량주에 집중 투자한 점이 성과 방어에 유리했다” 고 우수성과 배경을 밝혔다.
한편, 최근 여성펀드 매니저들의 잇단 활약과 관련 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다.
여성이라는 시각으로만 일부 비춰지던 과거 대비 최근 운용 성과에서도 발군인데다, 섬세한 운용력이 요구되는 펀드 업무도 넓어져 향후 활약이 더 기대된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차츰 펀드 운용도 전문적인 분석 툴과 시스템 강화 위주로 재편중이고, 전문화된 분석력을 지닌 인재들이 두각일 수 밖에 없다”며 “다소 남성위주 일색이었던 매니저 업계에 여성 매니저들이 최근 선방중인 것은 섬세한 운용력과 더불어 운용업계 투자환경도 업그레이드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