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7월 ING생명의 설계사 지원자수 대비 합격률은 60%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설계사 합격률이 80~90%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설계사 합격률이 낮은 것은 설계사 지원 자격조건에서 학력제한을 폐지했지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지원자들은 여전히 본사차원에서 탈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ING생명의 한 설계사는 “2월에 학력제한이 폐지된 이후에도 지점에서 2년제 전문대졸업 이하 학력자는 한명도 없다가 6월에야 겨우 1~2명이 합격했다”며 “다른 지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ING생명은 지난 2월 1일부터 설계사 모집시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으로 제한했던 학력조건을 폐지했다. 올해 초 학력위조로 2000여명의 설계사가 강제 해촉된 후 그중 일부 설계사들이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학력으로 인해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규정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제기하고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도 입사지원 시 학력제한을 완화하거나 없애는 추세인 상황에서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이라는 학력조건이 합격심사에서 가산을 받을 수는 있으나 처음부터 지원조차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ING생명은 보험설계사가 일명 보험아줌마로 불리던 국내시장에 2000년대 초반 고학력 남자설계사 조직을 선보이며 보험전문가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설계사들의 학력위조, 학력제한 관련 소송 등 학력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자 어쩔 수 없이 지원 자격 제한을 폐지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설계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는 지원 자격 변경 이전과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ING생명 설계사는 “리크루팅을 할 만한 인재를 소개받거나, 자원을 통해 알게 되더라도 학력이 미달되면 본사차원에서 탈락시키기 때문에 일단 학력을 보고 4년제 대학 이상 학력이 아니면 만나지 조차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나마 6월 기준이 조금 완화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7월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NG생명은 설계사 위촉 시 지원자격을 크게 학력, 경력, 적성검사 점수로 규정하고 있다. 즉, 2월 이전에는 4년제 대학교 이상 졸업자에 일반 직장근무 경력이 2년 이상인자이며 적성검사에서 일정점수 이상을 취득해야만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력제한을 폐지하면서 학력에 따라 나머지 경력과 적성검사 점수 기준을 상향했다. 2년제 대학교 졸업자는 근무경력이 4년 이상, 고등학교 졸업자는 6년 이상으로 기준을 높인 것.
게다가 근무 경력의 경우 4대보험 가입이 되는 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만을 인정하고 있어 그 범위 또한 매우 협소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이 설계사들의 학력관련 문제들로 구설수에 오르자 어쩔 수 없이 구색만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sgw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