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2일 올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만기 1년 초과 중장기 외화차입 규모가 140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8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중장기 외화차입은 지난해 2분기 74억7000만 달러까지 오름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따라 3분기 24억5000만 달러, 4분기 24억 달러로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외채지급보증 등의 정책적 지원을 벌였고, 이 영향으로 올 1분기 56억7000만달러, 2분기 83억5000만달러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무엇보다 중장기 외화차입중 만기 5년 이상 장기자금은 지난해 하반기 8억달러에 그쳤지만, 올 상반기 들어 73억4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이는 국내 은행들의 해외 외화차입여건이 금융위기 직후보다 크게 안정됐다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만기 1년 이내 단기 차입금의 차환율도 지난해 4분기 50.1%에서 올해 1분기 94%, 2분기 105%로 상승해 지난해 3분기 99.8%와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다.
만기 5년물의 평균 가산금리는 지난해 3분기 1.73%포인트에서 금융위기 이후 4분기 5.34%포인트, 올해 1분기 6.24%포인트로 뛰었다가 2분기에는 5.09%포인트로 오름폭이 줄었다.
올 6월 말 현재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는 2.59%포인트로 지난해 말보다 1.45%포인트 떨어졌고,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최고 6%포인트에 달했던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포인트대 초반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CDS는 발행 채권이 부도나면 이를 보상해주는 파생 금융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낮아졌다는 것은 국내 은행들의 부도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국내 은행의 외화조달 여건이 개선되면서 정부로부터 차입한 외화조달 규모도 올 1월 잔액기준 최대 257억달러에서 6월 말 현재 121억달러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올 상반기 무역흑자가 사상 최고인 216억 달러로 예상되고, 한국수력원자력(10억달러), 한국가스공사(5억달러), 한국전력(5억달러) 등 공기업의 외화채권 발행으로 전반적인 외화수급 사정이 개선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은행 외화유동성의 여건은 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동유럽 금융불안, 경기회복 속도의 지연, 북핵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부정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철저한 모니터링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