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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제언] 우리나라 펀드시장의 발자취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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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6-03 21:36

한국투자자교육재단,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시장을 기대하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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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굴지의 할인판매점과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라면 회사 간 주문자 상표부착과 관련해서 마찰이 있었다. 할인판매점이 라면에 자사의 상표를 붙여 저렴한 가격에 납품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할인판매점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할인판매점은 소비자가 원하거나 원할만한 물건을 비치해야 된다.

소비자가 구매해야 매상이 오르고 할인판매점의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판매업자끼리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은 대부분 시장에서 발견되는데 펀드판매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주요 국가의 펀드판매시장은 판매회사가 과거처럼 계열회사 펀드를 우선 권유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펀드를 판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투자자의 재무상태와 재무목표 등을 감안하여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문서비스의 경우 투자자의 이익을 보다 더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자문과 판매를 완전하게 분리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은 펀드판매시장의 구조개선이 투자자 교육 및 투자자 보호의 궁극적인 해답이라는 판단 하에 국내·외 펀드판매시장의 변화를 살펴보고 우리 시장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연속극을 방영했다. 주인공은 대단한 실력자지만 매우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다. 무엇보다도 그 자신도 천재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천재들을 몹시 싫어했다.

그러나 연속극이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은 강마에가 왜 천재를 싫어하게 되었는지 점차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가공의 사실에 근거한 연속극의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이나 현실을 평가할 때는 지나간 과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펀드시장이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가를 알게 되면 우리나라 펀드시장의 현황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 정책적으로 도입된 펀드 제도

일반적으로 세계 최초의 펀드는 1868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Foreign and Colonial Government Trust로 알려져 있다. 예일대학의 Rouwenhorst 교수는 그보다 약 1세기 앞선 1774년에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펀드가 처음 등장한 곳이 영국이든 네덜란드든 중요한 것은 펀드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맞는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펀드제도는 산업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단기간에 조달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도입되었다. 1969년에 제정된 증권투자신탁업법은 제 1조에서 “이 법은 증권투자신탁제도를 확립하고 ..(중략).. 산업자금의 원활한 동원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도입 목적을 분명하게 밝혔었다.

태생적 차이에 따라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펀드가 말 그대로 높은 위험과 높은 수익을 가지는 투자 상품으로 시작된 반면에 우리나라의 펀드, 특히 채권형 펀드는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투자 상품임에도 수익률과 안정성이 동시에 가능한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시작했다. 당시 채권 이자는 은행 이자에 비해 무척 높았으며, 보증기관이 보증한 채권에 주로 투자하였기 때문에 부도위험이 거의 없었다. 또 장부가격으로 평가하고 게다가 투자신탁회사들이 고유재산으로 당일 매입과 당일 환매를 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의 은행 예금처럼 편리하고 안전하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극히 매력적인 금융상품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투자자에게 편리한 방식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었다. 1999년 8월에 소위 대우사태라고 불리는 금융위기를 맞아 그간 펀드가 저축상품처럼 운영되면서 펀드가 투자한 채권의 부실문제 등 누적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 정책적 도입의 후유증

우리나라의 펀드 제도는 도입 후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소기의 정책목적을 훌륭하게 완수했다.

반면에 펀드산업 관련자들이 펀드의 본질에 대해 충분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 펀드시장의 내실 있는 발전에 장애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

먼저 투자자가 장부가 평가를 하는 채권형 펀드에 익숙하다 보니 아직까지도 펀드 투자의 본질, 즉 위험에 대한 인식을 충분하게 하지 못하게 되어 소위 ‘묻지 마 투자’가 관행이 되었다.

또 위험관리를 위한 자산배분(분산투자)의 개념이 희박하고 투자의 단기화가 심화되었다. 최근 적립형 펀드투자가 인기를 모으면서 3년 정도 투자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도 외국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펀드의 위험에 대한 인식을 충분하게 하지 못하고 펀드 판매를 거의 위험 없이 수수료만 얻는 영업으로 오해하였던 게 판매회사의 문제였다.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의 선정이라는 측면은 소흘하게 되었고 오히려 펀드는 투자자가 선택해 사는 상품이 아니고 판매자가 골라 파는 상품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투자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고수익만을 앞세우거나 자사에 이익이 되는 상품을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소위, ‘불완전 판매’가 관행이 되었다. 2004년부터 주로 주식형 펀드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적립형 펀드투자에 대해서도 펀드의 위험에 대하여 더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이런 관행은 최근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의 통합에 관한 법률을 통해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운용사는 장부가 평가에 따라 금리변동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30년을 보냈다. 여기에 단기투자문화까지 곁들여져 운용사들 고유의 운용철학을 갖출 필요성이 희석되어 대부분 운용사가 차별적인 대표펀드나 장기펀드의 육성보다는 유행에 따라 새로운 펀드를 경쟁적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시장

우리나라에 펀드제도가 도입된 지 이미 40년이 가까워 오지만 펀드가 투자 상품으로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은 채권형 펀드의 시가평가를 전면 도입한 2000년 이후로 생각된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펀드 시장은 겨우 10년도 경과하지 않은 것이 되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현재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고 본다. 그러나 느긋하게 기다릴 수는 없다.

전 세계 펀드시장은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판매사들은 보다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회사의 전반적인 개편도 서슴지 않는다. 시티그룹이나 메릴린치 등은 운용부문을 매각해버렸다. 처음에는 온라인 할인 중개업자로 등장한 찰스 스왑이 이제는 재무상담사들과 연계해서 그들을 대면채널로 활용하는 정반대의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또 판매사들이 독자적인 기준을 가지고 펀드를 선정하면서 운용사들은 전문화, 브랜드화를 통해 타사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찾고 있다.

미국의 캐피탈 그룹은 재무상담사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는 개인 투자자용 American Fund를 설정해서 미국 자산운용업계의 순위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역동성의 배경은 단 하나, 투자자의 이익을 위한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이 현명해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개별적인 펀드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상품이 어떤 상품인지 그리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판매구조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또한, 개별 펀드의 구매보다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재무설계사 중심의 영업으로 유명한 미국의 증권회사 Ed Jones는 이번 금융위기 하에서도 직원을 늘렸다고 하며, 찰스 스왑은 이번 금융위기 하에서도 고객이 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펀드시장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할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 [우리의제언] 자본시장법이 몰고 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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