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구매해야 매상이 오르고 할인판매점의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판매업자끼리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은 대부분 시장에서 발견되는데 펀드판매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주요 국가의 펀드판매시장은 판매회사가 과거처럼 계열회사 펀드를 우선 권유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펀드를 판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투자자의 재무상태와 재무목표 등을 감안하여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문서비스의 경우 투자자의 이익을 보다 더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자문과 판매를 완전하게 분리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은 펀드판매시장의 구조개선이 투자자 교육 및 투자자 보호의 궁극적인 해답이라는 판단 하에 국내·외 펀드판매시장의 변화를 살펴보고 우리 시장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 모두가 불만스러워하는 자본시장법
자본시장법은 여러 가지 규제를 완화하여 금융업자에게 보다 많은 재량을 허용하면서, 규제완화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보호를 크게 강화하였다.
이에 따라 펀드에 가입하려면 과거에 비해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되었고 당연히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어 투자자와 판매회사 모두에게 불만의 소리가 높다.
과거에는 펀드에 가입하는데 통상 5분에서 10분 정도 걸렸는데 이제는 빨리 하더라도 약 5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불만의 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거처럼 순식간(?)에 펀드에 가입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펀드에 가입하는 금액이 푼돈도 아닌데 어떻게 5분에서 10분 사이에 모든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대부분 국민에게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주택 구입은 논외로 하고 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들어가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사람들은 여러 가지 자동차 회사 또는 모델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며 자신에게 적합한 제원을 고르고 인터넷을 뒤져 시승기를 찾아본다.
또 가장 유리한 구입조건을 알아보기 위해서 다양한 할부조건도 따진다. 자동차보다 훨씬 적은 돈이 들어가는 노트북을 살 때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어떻게 펀드 가입은 불과 몇 분 이내에 해치웠을까? 재미있는 점은 이런 이상한 현상이 우리나라만이 아니고 세계에서 금융시장이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도 흔한 모양이다. 오죽하면 미국 피델리티 투자신탁의 명 펀드 매니저였고 이제는 전설이 되어가는 피터 린치도 투자할 때는 적어도 냉장고 살 때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라는 충고를 했을까?
◇ 냉장고 구입 v 펀드 가입
그렇다면 왜 미국 사람들은 투자할 때 냉장고 살 때만큼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을까? 왜 우리나라 국민들은 불과 5분에서 10분 사이에 펀드에 가입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그 정도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은 물건이 아니라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또 사전에 테스트해 볼 수도 없으며, 사용되는 용어들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용어가 아니라서 설명을 듣거나 전문사전을 찾아봐야 할 수도 있다. 냉장고의 사용설명서는 10분 정도 읽어보면 그 냉장고의 특성을 대충 알 수 있겠지만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10분 정도 읽어본다고 해서 그 펀드의 특성을 대부분 알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펀드에 투자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언론에 노출된 펀드에, 또는 주위 사람이 좋다는 펀드에, 아니면 판매직원이 권유한 펀드에 선뜻 가입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5분에서 10분이면 펀드 가입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자본시장법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판매회사에게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의 특성을 파악한 후 그에 근거해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를 선정해서 충분한 설명과 함께 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절차를 거치다 보니 과거에 비해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의 선정책임을 판매회사에 부담시킨 자본시장법의 입장은 분명히 바람직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펀드 가입시간이 몇 배 더 걸리기 때문에 판매회사가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다는 소리가 높다.
◇ 모든 것의 기준은 투자자의 이익
펀드 가입시간이 몇 배 더 걸린다면 과거와 동일한 수의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판매회사가 판매직원을 몇 배 더 늘리면 된다고 할 수 있다. 명쾌한 답변이기는 하지만 현실성은 없는 답변이다.
일부에서는 가입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과거의 관행이 문제였을 뿐 현재의 방식이 문제는 아니다. 가입절차를 간소화한다는 것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 돌아가자는 말의 완곡한 표현일 뿐이다.
따라서 좁게는 현재의 절차를 정상으로 보고 그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그리고 넓게는 외국의 변화를 감안하여 투자자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고객의 재무상황과 재무목표를 감안한 투자자문과 함께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서비스나 또는 판매직원이 필요 없는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것이 시간은 걸리겠지만 펀드 가입시간의 증가에 따른 대면창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
즉, 창구 상담을 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해서 상품을 선택하고 그만큼 수수료를 절약하고자 하는 투자자나 개별상품을 판매하는 창구의 서비스가 가지는 한계를 피하려는 투자자, 다시 말해, 상품을 팔면 끝나는 일회성(one-stop) 서비스가 아니라 자산관리차원에서 상품 교체와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 지속적(ongoing) 서비스가 필요한 투자자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또 이렇게 된다면 대면창구도 투자자에게 권유할 상품을 선정할 때 투자금액 뿐 아니라 투자자의 전체 자산을 감안하는 자산배분기능을 보강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서비스의 다각화는 당면한 대면창구의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각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법 입안자들이 의도한 투자자 이익을 위해 금융업자들이 경쟁하는 펀드판매시장의 실현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본 시리즈에서는 우리나라 펀드판매시장의 현황을 점검해 본 후 외국 펀드판매시장의 변화를 꼼꼼히 둘러봄으로써 우리나라 펀드판매시장의 예상 변화를 도출해 보고 투자자의 이익을 위하여 경쟁하는 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각 시장 참여자의 대응방안을 하나씩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 펀드판매시장의 현황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호에서는 우리나라 펀드시장의 발생 및 발전과정을 살펴보겠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