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흐름 양호하고 재무상태 건전한 종목 선호
3월 초만 하더라도‘춘래불사춘’을 절감케 했던 주식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리먼 사태 이전 수준인 KOSPI 1,500p 회복을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주식시장은 900p도 밑돌았던 작년 4/4분기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KOSDAQ 시장은 연초 이후 상승률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을 정도다. 낮은 수익률에 지친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본격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도 일고 있다.
주가는 어떤 경제 현상보다도 빨리 움직인다. 주가에 앞서서 움직이는 지표를 발견하기란 매우 힘들다. 따라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경제 현상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투자성과를 좌우하는 관건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3월초 이후의 주가 상승은 다음과 같은 기대를 반영하는 듯 하다.
첫째는 최근의 경기침체 속도 둔화 현상이 하반기에는 회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기는 지난 해 4/4분기의 급격한 침체 이후 금년 1/4분기 들면서 나빠지는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고강도의 경기부양책이 잇따를 것이기 때문에 침체 속도가 둔화되고, 그 이후에는 회복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둘째, 그러한 기대감이 배경이 된다면 주식 이외 자산의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부동산, 채권, 은행예금 등 대안이 될 만한 자산의 수익률은 기껏해야 연 5 ~ 6%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 장세가 소위 유동성 장세라는 주장은 위 두가지 논리들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주가가 08년 4/4분기를 바닥으로 추세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 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유동성 장세를 거쳐 실적 장세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흐름이 전개된다고 볼 수 있을까? 현 시점, 현 주가 수준에서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라면 다음의 현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비수요, 투자수요 등 수요 부문의 급격한 위축으로 발생한 상대적인 공급과잉 현상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해소될 것인가이다.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지만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그 이후의 부양정책으로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관점이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긴 하지만 과거 외환위기 극복 과정이 그러했다.
그러나 현 상황은 그러한 방법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선진국 경제가 더욱 그러하다.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먼저 단행했다가는 상당수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존립이 힘들 수 있고, 이럴 경우 국제적인 신용경색과 이머징 마켓 통화가치 급락현상이 다시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버블 형성기에서 주요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자기자본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파생상품 거래를 했다는데 큰 이유가 있다. 파생상품의 기초자산 개념인 실물경제가 고강도의 구조조정으로 가파른 침체를 당분간 지속할 경우 금융기관들은 자금 중개 능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파생상품의 가치 급락이 금융기관 자기자본을 일순간에 소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 정책당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통화완화 정책을 쓰고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최근의 글로벌 경기침체 속도 둔화가 조만간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지속성을 가질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공급과잉 해소가 장시간에 걸친 과정이라면 경기와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 A 등급 미만 회사채가 잘 소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시장이 부담스러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주요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통화완화와 재정정책을 쓰고자 하는 것은 결국 향후 발생할 수 있을 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하다가는 더 많은 고통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기간 분산을 통해 하자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급격한 경기침체가 당분간 더 이어질 확률도 낮겠지만 공급 과잉 해소에도 장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은 그 기간 동안의 불확실성을 인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최근의 주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추세적인 상승이 이어진다기 보다는 변동성이 큰 박스권 장세가 좀 더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종목 선택에 있어서도 현금 흐름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재무 상태가 건전한 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투자전략이 여전히 중심이 되어야 할 시기라고 본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