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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실물 ‘돈맥경화’ 해소하려면

공인호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9-01-21 22:08

단기금융시장으로 쏠림현상 억제

은행-실물 ‘돈맥경화’ 해소하려면
은행권-금융당국 ‘엇박자’ 원인

구조조정·지방銀 BIS개선 필요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자금지원책과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기조로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고 있지만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은행권으로 유입된 자금이 실물부문으로 유입되지 않고 단기금융시장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자금경색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부-은행간 협력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금융시장 불균형 지속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단기금융상품으로 꼽히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는 연초 설정액 100조원을 넘어서며 금융시장의 ‘블랙홀’로 비유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급증세를 타기 시작한 MMF는 10월 한달동안 무려 12.4조원이 유입된 이후, 11월 5.7조원, 12월 8.6조원을 기록하는 등 갈수록 증가폭을 확대하고 있다. 협회측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5조원 가량이 새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MMF가 여타 금융상품에 비해 안정성과 고금리 매력이 높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사한 성격의 단기투자상품인 은행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의 경우 2% 금리만 주지만 MMF는 최고 4% 금리가 가능하다. 또 회사채 ‘BBB’ 등급까지 편입하는 CMA와 달리 MMF는 ‘AA’급 이상인 회사채나 국공채에 주로 투자해 안정성 측면에서도 비교우위에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도 한국은행으로부터 연 2.5% 수준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각하고 확보한 자금을 MMF에 재투자해 금리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푼 자금이 실물부문에는 유입되지 않고 은행권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의 12월말 중소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3조8천억원 줄었으며, 대기업대출도 같은 기간 2조8천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본확충펀드 지원 ‘NO’

실물경기 침체에 자금시장 경색까지 겹칠 경우 경기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다음달부터 각 시중은행에 대한 건전성 기준을 기존 12%에서 ‘10% 이상’으로 대거 낮추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눈치볼 것 없이 대출확대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같은 건전성 기준 완화조치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경기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한데 자산건전성을 희생하려는 은행들이 있겠느냐”며 “향후 문제가 생길 경우 BIS비율이 낮은 은행부터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실 시중은행들의 이같은 반응은 이미 예견돼 왔다.

금융당국의 BIS비율 권고치 12%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해말까지만 하더라도 은행권은 정부의 자본확충펀드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은행들로선 준공적자금 성격의 자금을 지원받은 이상 대출확대 요구 등 일정 수준의 정부개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하지만 지난해말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BIS비율 개선을 위해 하이브리드채의 발행한도를 자기자본의 15%에서 30%까지 두배나 늘려주면서 우리은행을 제외한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은 BIS비율을 금융당국의 권고치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말 4대 시중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 및 지주회사채 규모만 12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하나금융지주 김종열 사장은 “하나은행은 충분한 증자로 13%대의 자본건전성을 갖췄고 자체적인 추가자본확충 계획 등으로 2분기 정부의 자본확충펀드 지원도 받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13% 수준의 BIS비율을 달성한 만큼 당분간 정부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재로선 우리은행만이 유일하게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12월말 BIS비율이 12%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미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인만큼 자본확충펀드가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 신뢰기반 공조체제 구축

이 때문에 시중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출확대 요구는 강제성이 없는 일종의 지침일 뿐이다. 건전성 훼손을 최소화해야 하는 은행들로선 향후 대출확대에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과 은행간의 이같은 엇박자는 양측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건전성을 완화하고 향후 부실에 대한 면책방안을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자본확충펀드가 공적자금 성격이 아닌 실물경기 부양을 위한 순수 지원금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은행들 역시 현 금융위기의 책임감을 통감하고 정부의 요구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근 진통을 겪고 있는 111개 조선·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 재평가작업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들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은행들에게 엄정한 신용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작업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은 ‘경제 드림팀’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2기 경제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진식 경제수석, 진동수 금융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보다 신속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의 발로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부실기업 확정에 따른 은행의 충당금 적립의무를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기업의 부실이 확정될 경우 은행들은 담보가 있는 채권의 20%, 담보가 없는 채권일 경우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충당금으로 쌓아야하는데 이는 BIS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외환위기 당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의 충당금 적립비율을 낮춰줬던 당시 기준을 적용시켜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지원을 위해 지방은행의 BIS비율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까운 일본의 경우 해외사무소가 있는 국제은행들에게만 8% 수준의 BIS비율 준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나머지 은행에는 4%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지방은행에 적용되고 있는 8~12% 수준의 BIS비율 굴레를 해방시켜줄 경우 과도한 신용경색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실적발표에 나선 전북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BIS비율은 12.88%로 은행권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부산 대구 광주 경남은행 역시 금융당국의 권고치 달성을 위해 후순위채 및 하이브리드채 발행 등을 통해 12% 안팎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4대 시중은행 BIS비율(12월 추정치) >

국 민 우 리

BIS 12% ~ BIS 11% ~

Tier1 9% ~ Tier1 8% ~

신 한 하 나

BIS 13% ~ BIS 13% ~

Tier1 9% ~ Tier1 9% ~



공인호 기자 ihko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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