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증시 약발은 반짝 효과 = 지난 11일 금통위가 4.00%에서 역사적으로 3.00%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증권시장은 반등 후 하락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무엇보다 그동안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는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오히려 상승하는 등 정책적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에 초점을 맞춘 정책적 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의 공포확산,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 집중 등으로 실제로 실물분야에 원활한 자금흐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증시 반등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금통위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증시 주변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달러 환율의 안정세와 외국인의 순매도 공세의 약화 기조에서 금리 인하 효과까지 더해지면 당분간 증시는 반등 국면을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정작 지난 주초반 금리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금리인하를 단행한 11일에는 코스피지수가 0.74% 소폭 상승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쿼드러플위칭 데이(지수 및 개별종목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를 맞아 물량부담이 있었지만 소폭의 상승을 놓고도 금리인하의 훈풍이 증시로 불어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확산됐다.
하루 뒤인 12일에는 미국 자동차 빅3 구제안에 대한 상원에서의 진통 소식으로 급락세로 전환하는 등 금리 재료는 국내 증시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한·중·일 통화스왑 확대 소식 등으로 막판 낙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닷새간의 반등세를 접고, 전날보다 50.61포인트(4.38%) 하락하며 1103.82로 마감, 1100선에 턱걸이했다.
◇ 경기침체 심화 방증 = 삼성증권은 “한은의 기존 통화정책을 감안하면 이번 금리인하가 파격적”이라며 “증시 반등에도 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반등 흐름을 이어가는 정도의 영향력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도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에도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의 효과는 결국 시장금리의 실질적인 하향 안정화의 확인까지는 잠재할 것이란 관측도 이어졌다.
지난 8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과 물가불안 국면에서 한은의 조직목표중 하나인 물가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려왔지만, 시장의 실세금리인 국고채와 회사채간의 금리 스프레드가 사상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그만큼 경기둔화와 기업부실 부문에 대한 무게중심을 감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와 한은은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한 직간접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물부문으로의 원활한 유동성 유입은 아직까지 뚜렷하지 못하다.
증시 분위기 또한 유동성 보강이 어느 정도 긍정적 사인이기는 하지만, 정작 실물부문의 전망이 비관적이고, 부실요인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다.
대신증권 성 팀장은 “그래서 이번 금리인하가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시중 실세 금리의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회사채 금리와 신용 스프레드 축소 여부를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파격적인 금리인하가 향후 경기전망을 그만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확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LIG투자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도 “금리인하를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며 “4분기 실적발표가 다가온 시점에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어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향후 증시 향방도 대외적인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확인과 미국의 경기침체 속도 조절, 이들에 대한 수출증가세, 안정적 환율 흐름 등을 확인하면서 모색할 것이란 예상이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