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10월말까지 기관투자별 매매동향을 살펴본 결과 보험사들이 이 기간동안 4조88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기금(8조4222억원), 증권(8조3674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반면 은행은 1조5992억원의 순매수에 그쳐 보험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투신은 1조9230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1월부터 10월말까지 월별 기관투자자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보험과 증권만 유일하게 매월 순매수를 이어갔다.
여기에 코스피지수가 3년 4개월만에 처음으로 1000선이 붕괴되었던 지난 10월의 경우, 증권이 217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것에 비해 보험사들은 약 3배가량 많은 총 6022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그룹계열사 관리가 아니냐는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산운용기관이 글로벌 증시 충격으로 급락한 저가매수 기회를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특성을 감안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순매수를 이어온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계열사 주가관리를 보험사들이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의 대부분이 국내 대형그룹의 계열사들이기 때문에 그룹계열사들의 주가관리를 위해 매수를 이어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험사 재무제표에서는 매도를 하지 않는한, 평가손실은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순매수 부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수는 6월30일 기준으로 1086만1978주, 7.37%에서 9월말에는 1098만343주, 7.45%로 다소 늘었다.
또한 동부화재도 지난 8월06일부터 9월30일까지 동부증권 주식 168만주를 매입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이러한 주장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도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단순 투자목적으로 인한 저가매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험산업 특성상 전체 운용자산중 주식투자비중이 10%도 안되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 상반기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5.3%로 전년동기에 비해 0.8%p밖에 하락하지 않았다”며 “이는 보험사들이 그만큼 안정적인 운용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이러한 보험권의 순매수에 대해 포트폴리오 조정일 뿐 그룹관리를 위한 매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10월들어 순매수가 6000억원대였지만 11월들어서는 매수세가 줄어들고 있다”며 “그룹사 주식가치를 지키기 위한 매수로 의심할 수도 있지만 주식포트폴리오의 조정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주식의 가격도 큰 변화가 없어 투자를 위한 순매수가 힘을 얻고 있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