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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는 탐욕에 대한 신의 저주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8-10-19 18:29

성균관대 이재웅 명예교수, 경제학과

금융위기는 탐욕에 대한 신의 저주
무분별한 첨단 금융상품 출현이 금융위기 원인

금융시스템 투명성 제고하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동안 세계는 매우 합리적이며 시장은 완전한 것 같았다. 더구나 1980년대 말 소련 및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자, 시장경제의 승리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였다. 시장은 합리적이며 완전하며 능률적이라는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

또한 경제학도 인간이 합리적이며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그의 효용을 극대화한다고 가정한다. 당시에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 가설이 풍미한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말을 전후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금융위기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발생했다.

1987년 10월 19일 소위 “검은 월요일(Black Monday)”를 비롯해서, 1988~90년 일본의 주가 붐과 폭락,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그리고 현재 전세계로 번져나가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르기 까지 위기는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세상이 합리적이고 시장이 완벽하다면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자산 버블은 있을 수 없다. 버블을 생성하는 과도한 매입이나 광기(mania)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선진국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시각과 정책건의가 이를 잘 반영했다. 당시의 선진국들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여러나라가 명심해야 할 사항들을 자세히 지적했다.

우선 아시아는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고 정부지출과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투기세력과 헤지펀드를 비난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자산가격의 하락은 시장붕괴가 아니라 가격조정이므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기 위해서 일체의 기업구제 및 보조금 지원은 삼가야 한다.

기업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아시아 경제는 미국의 번영을 이끄는 자유시장 경제를 따르라는 것 등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발단으로 광범위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정부는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 수많은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고 금리를 내리고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책정하는 등 그들이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보여준 정책건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첨단 금융시장을 자랑하던 미국의 금융시장이 “완전한 시장”이었는가? 그리고 미국의 투자자들이 합리적이었는가? 미국의 금융위기 발생은 미국금융시장 역시 완전하지 않으며 미국 투자자들도 비합리적이며 버블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런 관점에서 위기해소를 위해 미국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고 구제금융을 확대하는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저명한 경제사학자, 킨들버거는 그의 저서 “광기, 공포,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모든 금융위기에는 몇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고 한다.

즉 예상치 못한 호재가 나타나면 버블 또는 금융시장의 광기가 생성된다. 이러한 광기가 금융시장에서 점점 확대될 때, 금융시장은 공포와 고통을 겪게 된다.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확대재생산하면서 마침내 붕괴하는 과정을 걷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을 한데 묶어서 거대한 자금풀(pool)을 만들고 이것을 또다시 여러 조각으로 쪼개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면서 발생했다. 이런 과정에서 CDO(부채담보부채권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CLO(대출담보부채권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 등 주택담보대출 관련 각종 파생상품이 기초자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몇 갑절이 넘는 규모로 발행되었다.

이를 통해서 대규모 자금이 주택금융 뿐 아니라 기업의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및 부실기업자금 등으로 공급되었다. 투자은행들이 CLO를 경쟁적으로 판매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투자자들은 이들 파생상품의 가치와 위험을 잘 알지 못하고 오직 높은 수익률에 끌려서 복잡한 파생상품의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 금융감독 당국이나 금융기관들도 CLO의 리스크를 잘 알지 못한다.

게다가 연방준비은행은 장기간 저금리정책을 유지함으로써 과잉유동성을 공급했다. 금융위기의 여건은 마련되었다. 어느 시점에서 다수의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불합리하게 많은 돈을 갖고 있으면 금융위기가 온다.

따라서 금융위기는 탐욕스런 인간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에 대한 “신의 저주”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투명성 결여와 취약한 리스크 관리가 금융위기를 초래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규제완화에 따라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훼손된 것이 원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금융시장이 발달했지만 규제완화, 금융혁신 및 기술발달에 따른 첨단 금융상품의 출현은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한다. 금융시장이 낙후된 신흥시장국 뿐 아니라 첨단 금융산업을 자랑하는 선진국에서도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저명한 경제학자, 디아스 알레한드로 교수는 “금융억압이 물러가자 금융붕괴가 온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규제가 강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금융위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재발방지를 위해서 위기 후에는 언제나 규제가 강화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대공황과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이 1933년 글래스-스티걸 법안을 도입한 것이다. 은행은 아예 위험한 증권업무 등 투자은행 업무를 하지 못하게 했다. 1999년 폐기될 때까지 60여 년 동안 미국금융시장을 규제했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금융규제 및 감독소홀 등 구조적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모기지 대출과 자본건전성에 대한 규제감독강화, 신용평가와 회계제도 개선 등 금융시스템 투명성 제고와 금융감독 강화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투명성 확보를 위한 샤베인-옥슬리법 등 금융규제는 완화되기보다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된다. 금융자유화의 일환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규제가 완화될수록 투명성 제고를 위한 건전성 감독은 강화되어야 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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