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산정시 고정비와 가변비 반영해야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따라 서민들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중소 가맹점을 대상으로 잇따라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싸고 소매상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자 시장원리가 배제된 정치적 논리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면시장 이론도 함께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면시장은 하나의 기업이 서로 다른 두 그룹 고객 사이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신용카드 시장이 신용카드사의 고객이 가맹점과 고객 등으로 형성되고 있는데서 양면시장 이론이 접목되고 있다. 현재 신용카드 시장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해 4당사자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선 양면시장 이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삼성금융연구소 전진 수석연구원은 ‘신용카드산업의 양면시장적 특성과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신용카드 시장의 양면시장 구조를 풀어봤다.
◇ 한쪽 그룹에 혜택 제공해 다른 그룹 유인
이 보고서는 양면시장은 간접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회사는 소비자와 가맹점이라는 두 고객을 상대하고 있으며 두 그룹의 고객을 상대해 양쪽 고객이 모두 적절한 규모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
전 연구원은 “양면시장에서는 절대가격 수준뿐만 아니라 그룹 간 상대가격도 기업의 중요한 결정변수가 된다”고 강조했다.
양면시장의 중요한 특징은 간접 네트워크 외부효과라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외부효과란 전화기의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효용성이 커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이야기 한다. 이에 반해 양면시장에서는 상호작용을 하는 상대측 고객의 수가 증가할수록 고객의 이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간접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
전 연구원은 “신용카드의 경우 가맹점이 많아질수록 카드를 보유한 소비자의 이익이 증가하고 더 많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보유할수록 소매점에서 신용카드를 수납할 유인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양면시장 이론에서 이같은 현상을 분할지배 전략이고 설명하고 있다.
양명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기업은 우선 한쪽 그룹에게 한계비용 이하의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확보한 고객이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이를 바탕으로 다른 쪽 그룹의 고객에게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 신용카드사 외부효과 상대적 크기 비슷해
이 보고서는 양면시장 기업들의 분할지배전략은 초기 시장의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시장이 성숙단게에 접어든 뒤에도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한쪽 그룹의 고객들은 한계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받고 다른 그룹의 고객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상대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간접 네트워크 외부적 효과의 상대적 크기라고 설명한다.
전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이 외부효과가 클수록 상대가격이 낮아지게 된다”며 “이는 외부효과가 큰 그룹에게 가격을 낮추어 고객의 수가 늘어나면 상대편 그룹 고객들의 효용 또는 이득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시장에 참여할 유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의 경우 양쪽 모두에서 외부효과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를 취급하는 소매점이 늘어날수록 카드보유자의 효용이 커지고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소매점들도 신용카드 취급에 따른 이득이 커지게 된다는 것.
전 연구원은 “거래 건당 매출규모가 작은 영세소매점들이 카드수납에 소극적인 이유는 소비자들이 구매에 필요한 현금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카드보유자 증가에 따른 외부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소매점 경합성 때문에 높은 수수료 감수
양면시장의 고객이 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만 이용할 경우 single-homing, 여러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multi-homing이라고 한다.
전 연구원은 “신용카드의 경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복수 카드를 소지하고 가맹점도 복수의 카드를 취급한다”며 “그러나 소비자의 경우 주로 사용하는 카드가 있거나 주유나 쇼핑 등 업종에 따라 특화된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multi-ho ming보다는 single-homing에게 가깝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양면시장에서 두 고객 그룹 간의 상호작용이 경합적인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신용카드시장의 경우 소비자들 사이에는 경합성이 없어 한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다른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그러나 판매점의 경우 신용카드 수납을 거부할 경우 카드를 받아들이는 경쟁업체에게 소비자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경합성의 존재는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더라도 카드수납을 받아들일 유인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 4당사자체제선 전표매입사가 수수료 인상
이 보고서는 양면시장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반독점법에 근거한 신용카드산업의 규제와 원가에 기반한 신용카드 수수료 규제는 모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회원수수료와 가맹점수수료를 직접 결정하는 3당사자체제뿐만 아니라 정산수수료만을 결정하는 4당사자체제의 신용카드사도 양쪽 그룹 고객들의 적당한 밸런스를 유지시키는 수수료를 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독점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사회후생이 악화되지 않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면시장에서 독점의 사회후생적 가치는 경쟁 도입의 효과를 통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개의 기업이 경쟁한다고 가정하고 경쟁이 가격구조에 미치는 효과는 어느 그룹의 고객들이 single-homing을 하는가, multi-homing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양쪽이 모두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서만 거래를 한다면 두 기업은 각자 독점력을 행사하게 되지만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single-homing을 선택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되고 이에 따라 고객들에게 부과되는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또 한쪽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있을 때 신용카드산업에서 경쟁의 효과는 3당사자체제와 4당사자체제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소비자가 1개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가정에서 3당사자체제에서는 single-homing을 하는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카드사간 경쟁으로 연회비 등이 인하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 후에도 여전히 1개 카드만 보유할 것이므로 카드보유자 수에는 변화가 없게 되고 따라서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를 인상할 명분도 없게 된다. 이 경우 카드사간 경쟁은 소비자의 이득을 증대시키지만 카드사의 이윤이 감소하므로 사회후생 효과는 서로 상쇄되게 된다.
한편, 4당사자체제에서는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경쟁으로 카드사들이 정산수수료를 인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카드발급사들은 연회비를 낮추거나 포인트 적립률을 높여주고 반대로 전표매입사들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인상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이미 포화상태인 신용카드보유자 수에는 변화가 없게 된다. 그러나 가맹점 수수료가 인상되면 일부 가맹점은 카드수납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카드회원 수의 증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간 경쟁에 의해 가맹점수수료만 인상되고 이에 따라 독점에 비해 사회후생이 감소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중소형 가맹점도 대형사 수수료율 선택할 수 있게
이 보고서는 호주와 우리나라에서 채택한 원가산정 방식에 외부효과에 의한 간접적인 혜택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익자부담원칙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외부효과에 의한 간접적인 수익까지도 반영해야 하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계량경제학 기법 등을 통해 계산한다 하더라도 이해당사자들이 그 결과에 대해 얼마나 수긍할 것인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문제에서 신용카드사들은 소액결제 위주의 중소형가맹점의 수수료가 높은 것은 결제에 따른 비용구성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가맹점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정률제로 돼 있어 고정비+가변비로 구성되는 원가구조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2.37%와 같이 거래금액에 정비례해서 가맹점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며 “이를 고정비 항목과 정률식 항목으로 나눌 경우 수수료율 격차는 지금보다 많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형과 중소형 가맹점 간의 차별문제는 이동통신사 등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인센티브 가격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완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 연구원은 “중소형가맹점에게도 대형가맹점과 동일한 가맹점수수료율 체계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 = 제2금융팀
<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비교 >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