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동안만 전체 펀드 자금이 20조원 이상 빠져 나가 최근 5년이래 월 규모로는 최대의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표 참조>
이와 더불어 연일 널뛰기 움직임을 연출중인 환율과, 불안한 국내 증시 수급 등이 맞물려 한 치 앞도 내다 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렇듯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감에도 불구, 아직까지 업계 일각에서는 개인들의 환매 사태 등 펀드런 가능성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에서 이같이 펀드런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배경에는, 아직 국내 순수 주식형펀드의 자금 동향이 크게 우려 할 만 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
9월 중 펀드자금이 최대 규모인 20조원 가까이 이탈됐다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MMF와 채권형이 각각 13조 2000억원, 3조 6600억원 규모다.
또한 이중 7181억원 규모의 주식형펀드 가운데 해외펀드가 6200억원이나 달하기 때문에 향후 국내 주식형의 집중 환매 우려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 펀드런에 따른 시장위축은 ‘기우’
그동안 시장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주식형펀드의 경우 자칫 시장거래 위축으로 유동성 확보가 막혀 개인이나 기관들의 집중 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었다.
지난 8일 기준으로도 주식형 펀드 순자산 총액이 2007년 8월 28일 100조원 돌파이후, 1년만에 100조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국내외 주식형 펀드가 -1,088억원 가까이 유출된 바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과 더불어 기관의 향후 자금 동향이 펀드런에 직격탄을 미칠 주요 변수로 잠재중인 상황.
그러나 법인의 현재 자금 유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순수 주식형 펀드 가입 비율이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실물 및 부동산 펀드 등 대안펀드에 집중돼 만약의 경우 로스컷이 출현되도 펀드런으로 이어지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2년부터 국민연금, 군인공제회 등 주요 기관들의 주식형 자금을 위탁 운용중인 에셋플러스운용의 양인찬 전무는 “아직까지 주요 기관들이 뚜렷한 환매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다”면서 “실상 주식형 자금은 -10%가까이 빠지면 환매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최근 워낙 손실 규모가 커서 그런지 아직은 환매 보다는 중장기적인 매수 타이밍을 탐색하는 경향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관과 더불어 주요 연기금으로 꼽히는 보험사의 동향도 펀드런과는 거리가 멀다는 관측이다. 극심한 변동장세를 맞아 이들 보험사들의 매월 변액 보험금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적립식 투자 형태가 대부분이라 환매요인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진단인 셈.
◆ 펀드런 염려보단, 반등장 수익 기회 살펴야
변동성이 고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펀드런 조장보다는 반등장을 기다리며 신중한 수익추구를 실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 이계웅 팀장은 “개인들의 경우, 눈덩이처럼 손실 난 펀드를 환매해도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외국인 매도세도 주춤해지고 펀드 유출 규모도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임을 감안 할때, 차분히 반등장을 기다리며 수익 추구를 모색하거나 신규 투자로 코스트에버리지 효과를 노리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고 분석했다.
즉 이미 떨어질 데로 떨어져 손실이 커진 펀드를 지금 당장 환매하기 보다는, 증시 상승 국면때 신중히 원금회복의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진단인 셈.
이 밖에도 중장기적으로 판매사들 입장에서 펀드 판매시 사후 관리를 철저히 감독해 향후에도 펀드런에 대한 염려를 덜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와 관련 한국 투자자 교육재단 김일선 상무는 “그동안 판에 박힌 듯 장기투자만 선창하다 보니, 포트폴리오를 조정 할 펀드들의 대기 매물이 갈수록 쌓여 가고 있다”면서 “환매 시기를 놓친 개인들의 대기 매물이 쌓여가면서, 나중에 증시 상승 국면시 밀렸던 매물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펀드런이 발생 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 했다.
이어 김 상무는 “개인들은 하락국면에도 부화뇌동하지 말고, 신중히 원금회복의 기회를 노려야 한다”며 “판매사들도 펀드 판매 후에도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철저히 구축해 타이밍에 따른 펀드 환매시기를 잘 체크하는 등 질적인 변화에 관심을 기울일만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인들의 동향과 관련해서 자산운용협회도 펀드런 사전 예방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 김정아 실장은 “사전에 펀드런에 대한 우려를 예방하고자, 펀드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정부 당국에도 장기투자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지원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연초 이후 펀드 증감 유출입 현황 >
(기준일 : 2008년 10월 8일) (단위 : 억원)
(* ETF는 제외한 수치)
(자료 : 자산운용협회,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