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대해 기업은행측은 민영화 후 ‘독자생존’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증권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기업銀, 지주사 전환 적극 추진
정부가 국책은행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행측은 민영화 후 독자생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지난 13일 ‘사랑하는 기업은행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민영화 추진 방안과 관련해 “현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이번 정부 임기 내에 기업은행을 민영화시킨다는 방침 뿐”이라며 “다만 ‘메가뱅크’와 관련해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활용해 민영화 방안에 대한 기업은행의 의견을 관계당국에 심도 있게 설명했고 정부 또한 이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특히 윤 행장은 민영화와 관련해 견해를 언급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기업은행 경영진은 민영화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측은 민영화 후 독자생존을 희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때문에 최근 기업은행은 증권업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와 개인금융 기반 확대 등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기업은행의 IBK투자증권은 금융위로부터 설립 예비인가를 받았다.
또 기업은행은 개인금융을 강화해서 수신기반을 확대하고 교차판매 확대, 투자은행업무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윤 행장은 “앞으로 시너지효과가 배가될 수 있도록 보험업 진출, 지주회사 전환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 독자생존 어렵나?
이같이 기업은행이 독자생존쪽으로 민영화를 원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취약한 자금조달구조로 인해 정부의 지원없이는 당장 독자생존이 힘들 것”이라며 “일반은행은 평균적으로 예수금이 총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 수준이지만, 기업은행은 그 비중이 31%에 불과하다. 반면 조달의 34%를 중금채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자체적인 예수금 기반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현행처럼 중금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법률상으로 허용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민영화 후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시중은행들로부터 형평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예·적금 비중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 대출 등 여신에 치중하다보니 생긴 결과”라며 “앞으로 개인금융 분야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시중은행과 맞먹는 수신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수전 치열’ 전망
독자생존이 아닌 M&A가 될 경우, 시중은행들간 ‘기업은행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분리매각을 통해 국책은행의 민영화가 이뤄지면, 기업은행을 두고 대형은행간 치열한 인수경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확정이 되면, 국민은행과 하나금융 등 시중은행들이 그 대안으로 기업은행 인수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분리매각이 이뤄질 경우, 기업은행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국민은행,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을 꼽고 있다. 이창욱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형은행 입장에서는 기업은행 인수전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ROE(자기자본이익률)하락을 겪고 있는 국내은행들에게 M&A는 ROE를 증대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도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성공하면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은 기업은행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대상 비즈니스에 확실한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매력요인”이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또 “규모와 범위의 경쟁 등을 고려시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의 합병이 상호 보완 효과가 뛰어난 가장 이상적인 조합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외환은행 인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며 “기업은행 인수 등은 차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규모에서 중소기업을 전담하는 은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업은행이 시중은행에 M&A될 경우 중소기업 특화은행이 없어질 수 있다. 기업은행 M&A는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