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정부의 국토개발정책 구상’·‘금산분리 완화’·‘삼성의 은행업 진출 포기 및 롯데의 금융업 진출 의지’, ‘정부 지분의 지방은행 M&A’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각 지방은행의 지주회사 설립 추진 방향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부산은행은 경남은행 인수와 증권사 설립 등을 통한 부산은행 중심의 지주회사 설립을 희망하고 있고, 대구은행은 각 지방은행을 묶는 공동지주회사 설립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남·광주은행 등은 정부의 M&A방침이 어떻게 결정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 은행간 이해관계 복잡
지방은행들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국책은행 민영화 등으로 인한 금융권 빅뱅에 대비해 지주회사 설립 등 몸집불리기를 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그 방식을 두고는 각 지방은행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을 묶는 공동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부산은행은 독자적인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적인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각가지 변수들이 등장, 지방은행의 지주회사 설립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우선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등의 문제가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최대주주는 롯데그룹(부산은행 지분 14.11% 보유)과 삼성생명(대구은행 지분 7.36% 보유)이다.
이중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차원에서 은행업 진출 포기 결정을 밝힘에 따라 대구은행의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도 “대구은행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목적 등을 위해 대구은행의 지분은 당분간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경우,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 등을 추진할 경우 금융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산분리 완화가 추진되면 롯데그룹이 부산은행 등을 포함해 다른 금융사의 인수합병을 통해 지주사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토개발정책 등도 지방은행의 지주사 설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2 광역경제권’ 및 ‘선벨트 경제권’ 등 국토개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구권’과 ‘부산권’이 어떤 거점지역으로 육성되느냐에 따라 지방은행의 지주사 설립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부산의 경우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부산은행 중심의 지주사 설립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지방銀, 윈-윈 전략은
‘정부가 지방은행 M&A에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느냐’도 지방은행의 지주사 설립에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은행 M&A에 대해 현재 정부의 명확한 방침이 수립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독자생존’이냐, 아니면 ‘M&A’가 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경남은행의 경우, 지역상공인 인수에 따른 독자생존을 추진중에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2년전부터 대구지역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은행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정부가 부실화 등을 우려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의 M&A방침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경남은행의 독자생존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매각될 경우, 부산은행측은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의 M&A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M&A의 방안에 대한 다양한 전략을 펼칠 것이다. 부산은행과 M&A대상 은행이 상호 윈-윈하는 생존전략을 수립할 것”이라며 “경남은행은 같은 영업권역내에 있는 만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며 M&A가 성사되면 부산·울산·경남을 잇는 대형금융기관으로 재탄생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너지 효과가 문제
지주사 설립과 관련해, ‘지방은행 공동지주사 설립은 시너지 효과’문제도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부터 공동지주회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대구은행측은 “지방은행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고, 자통법 등에 대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동지주사 설립이 필요하다”며 “지방은행을 합치면 자산이 100조원에 육박하고, 시중은행과의 경쟁력도 생길뿐 아니라 지역별 경쟁도 없어진다”며 공동지주사 설립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산은행은 이같은 방안에 회의적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2~3개 지방은행의 조합으로 공동지주사를 설립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가 없다”며 “은행 지주회사는 시너지효과 보완을 위해 증권사, 보험사 등의 계열관련사로 지주사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방은행 관계자도 “대구은행의 공동지주사 설립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공동지주사 방안은 비용 절감 효과가 적으며 시너지도 발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은행은 독자적인 지주사 설립을 위해, 증권업 진출에 노력하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8월쯤에 재인가 신청시 증권업 업무를 에드-온 방식으로 금융위에 신청해, 내년 2월중 자회사인 부은선물을 증권업을 포함한 특화된 선물·증권회사로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산운용업 진출은 지속적으로 검토했으나 소액자본금으로는 리스크가 과다하다고 판단해 보류하고 있다”며 “서민금융의 경우 관계사인 롯데캐피탈과 연결하여 추진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었다.
정하성·박민현 기자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