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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의 사망과 금융위기의 무서움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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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03-23 18:15

삼성생명 이상묵 상무,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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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의 사망과 금융위기의 무서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사상 초유의 특단의 대책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해소될 기미가 없다. 급기야는 세계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문을 닫는 상황으로까지 비화됐다. 월가에서는 다음은 리만브라더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등 흉흉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에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때만 하더라도 그 파장이 이렇게 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행액이 급증하기는 했지만 발행 잔액이 1.3조 달러 수준으로 미국의 전체 금융시장 규모에 비추어 보면 심각한 규모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만간 수습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연방준비은행의 버냉키 의장도 이런 관점에서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에서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실제로 전개되는 양상은 달랐다. 금융기관의 손실 추정액이 2,00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다시 6,000억 달러로 급증하는 등 위기의 폭이 생각보다 깊다는 점이 드러나고 고용 동향이 급격히 악화되는 등 금융위기의 영향이 실물부문으로 빠른 속도로 전이되고 있음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 정부와 의회가 초당적으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연방준비은행은 금리인하 속도를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상황은 오히려 악화일로를 걸었다. 펀드로부터 자금 인출이 증가하고 투자은행들은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할 것을 요구받는 상황에 시달렸다. 이른바 뱅크런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연방준비은행이 사상 유례가 없는 특단의 대책으로 총 4,000억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조치를 취했음에도 지난주에는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고객의 현금인출 요구를 더 이상 감당키 어려운 지경으로 몰렸다. 베어스턴스의 상황이 어렵다는 시장의 속삭임은 현금인출사태를 부추겼고 드디어 베어스턴스의 무릎을 꿀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외신에 의하면 베어스턴스에 뱅크런 조짐이 나타난 것은 3월12일 수요일이라고 한다. 그날 오후 월가에는 베어스턴스가 지급불능에 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고 헤지펀드와 금융기관들은 앞 다퉈 베어스턴스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목요일에는 공황상태가 발생하고 베어스턴 스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난무했다. 금요일 연방준비은행이 제이피모건을 통해 베어스턴스에 긴급자금을 수혈하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주말에 수습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월요일 유사한 위기가 타 금융기관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연방준비은행은 재무부와 공동보조를 취하며 제이피모건의 베어스턴스 인수 협상을 압박했다. 시간에 쫒기는 급박한 협상은 아시아 증시가 개장되기 1시간 전인 일요일 저녁 7시경에 타결됐다. 수요일 오후부터 100시간 남짓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베어스턴스가 무너졌다는 사실 자체도 그렇지만 주당 인수가격이 낮은 점도 시장을 경악시키고 있다. 베어스턴스의 주가는 1년전에 160달러를 호가하고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이미 불거진 후인 지난해 12월에도 90달러 내외에서 등락을 하고 있었다. 뱅크런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며 제이피 모건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극심했던 3월15일 금요일의 종가도 30달러였다.

그러나 정작 제이피모건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는 가격은 주당 2달러로 인수 총액이 2.3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12억 달러로 평가되는 베어스턴스의 뉴욕 맨하탄 본사 건물 가격에도 턱없이 부족한 가격이다.

제이피모건이 당초 생각했던 인수가격은 주당 18달러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베어스턴스의 장부를 최종적으로 실사한 후에는 연방은행의 신용공여 약속을 받아내고도 주당 인수가격을 2달러로 낮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베어스턴스의 장부에 앉아있는 괴물이 과연 무엇이냐를 놓고 시장은 두려워하고 있다.

본래 베어스턴스는 위험 인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전통을 유지해온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이다.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한다. 경영진은 자신의 부의 대부분을 회사의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고 임직원들에게도 회사주식의 취득과 장기보유를 장려해왔다. 그 결과 임직원이 베어스턴스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베어스턴스 임직원은 대량 감원의 위험에 직면한 가운데 평생저축마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처지다.

이런 사태를 맞은 베어스턴스의 임직원들과 투자자들의 당혹함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메릴린치 등 다른 금융기관들이 증자를 하는 와중에도 베어스턴스는 증자를 하지 않았다. 임직원과 투자자들은 사전에 증자를 추진해서 회사가 이런 지경이 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한 경영진을 비판하고 있다. 주당 2달러에 회사를 넘겨야 한다면 파산신청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경영진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부실이 있으나 회사의 문을 닫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의장이고 전임 CEO인 제임스 케인과 현 CEO인 앨런 슈워츠가 각각 580만주와 102만주의 베어스턴스 주식을 고스란히 안은 채 이번 사태를 맞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유동성이 마르기 시작하면 시장에서 합리성은 사라지고 시장 참가자들은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동물의 무리로 돌변한다. 모두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서로를 짓밟으며 달리는 무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베어스턴스는 그런 금융위기의 와중에 제물이 된 것이다. 금융위기가 무서운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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