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덩치와 규모를 키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수의 금융회사들과의 경쟁을 앞두고 업계 재편을 위한 증권사 인수·합병(M&A)은 아직까지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다. 증권업계의 이합집산과 구조개편을 포석으로 그간 억제해왔던 증권사 신설을 허용했지만 업계 재편보다는 은행·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 혹은 외국계 은행 등까지 신설에 가세하면서 과당경쟁 우려도 제기됐다.
이미 구 서울증권을 인수한 유진그룹에 이어 두산그룹의 BNG증권중개 인수, 현대차그룹의 신흥증권 인수에 이어 STX그룹도 신설방안을 확정했다. 게다가 롯데·아주그룹 등도 증권업 진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대기업들의 증권업계 진출을 놓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높다. 중소형 증권사의 인수나 혹은 신설 등으로 증권사가 늘어나기만 하고, 규모가 크고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의 출현에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 때문이다. 특히 이들 제조업에 기반을 둔 대기업들이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소매전문 증권사 신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전문 IB로 키우고, 브로커리지 및 소매영업에 집중할 증권사가 추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증권사의 프리미엄을 낮춰 합병을 통한 대형IB 창출이라는 포석이 무색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은 퇴출기준을 강화해 추후 적절하지 못한 행보를 보이는 증권사의 적격성을 가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인력의 확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증권업계를 떠난 전임 증권사 사장들의 업계로의 회귀현상도 두드러진다. 그만큼 검증받은 유능한 인사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
자산운용업계도 인력난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펀드중 67%가 운용전문인력이 바뀔 정도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펀드매니저 변경 공시가 5949건을 기록했고 17개의 운용사가 100건 이상의 펀드매니저 변경을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매니저의 이직이 활발하다는 것으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증권사 신설에 나선다는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의사 없이 최소한의 비용만을 투자해 어중간히 한쪽 다리를 걸치는 수준에 그친다면 오히려 대형 IB 탄생 등 증권업 발전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도 포화상태인 업계가 M&A 등을 통해 시장규모에 맞게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 증권사 신규설립 신청 현황 >
(단위 : 억원)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