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25조원이 넘는 규모의 대량 매물을 내놓고 있는 외국인들은 이번달 들어 보다 ‘팔자’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앞으로도 이같은 외국인 순매도의 강도는 덜하겠지만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이번주 외국인들의 매매기조에서 순매도 규모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민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도의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부각된 결과”라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것도 글로벌 펀드의 포트폴리오 재편과정에서 우리 증시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가 동반되면서 외국인들의 시장이탈을 가속화시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흐름에 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이 우선 선행되야 기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지난 8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부각된 이후 FRB는 그동안 두 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은 이전보다 상당히 좁다는 것이다.
결국 향후 증시는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3개월여 전 수준으로 돌아감에 따른 기술적 반등시도가 간헐적으로 나타나겠지만 상승탄력을 회복하기에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외국인의 매도를 본격적인 ‘셀 코리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대거 ‘팔자’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된 데 따른 것으로 비단 국내 증시에서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향후 불안감에 대한 대비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다보니 국내 및 아시아 이머징마켓 뿐만 아니라, 선진국 시장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63억달러 가량의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과 일본에서도 각각 48억달러와 62억달러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머징마켓 전체에서 채권 투자자금의 순유출이 발생했으며 신흥국 채권투자매력도를 나타내는 EMBI+ 지수도 2005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 역시 최근 원화의 약세는 이달 들어 보이고 있는 세계적인 위험자산 회피 성향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등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인 데 반해 여타 아시아 국가 통화들이 대부분 약세로 전환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 불안은 미국 서브프라임 여파와 미국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지난 8월 37을 웃돈 위험회피 성향을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IX)는 10월 중순 16까지 하락했다가 현재 27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외 분석기관들은 국내 금융시장 전망을 바꾸지 않고 있고 미국 경기둔화 전망에 약간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