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들이 해외투자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무엇보다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과거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한 채권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고수익을 위해 리스크도 불사한다.
자본시장이 고도화될수록 금융상품의 다양화가 진행되며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한국금융에서도 헤지펀드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아직 현재 국내에서는 헤지펀드 도입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위해서도 최첨단 금융기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와 오해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의 전문가들은 증권·자산운용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헤지펀드에 대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헤지펀드 도입과 관련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올해 3차 금융산업발전협의회에서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의 원인과 전망 및 국내 자산운용시장 발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 “리스크관리시스템 선결” = 증권연구원 김재칠 연구위원은 “자산운용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 판매와 설정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헤지펀드에 대한 감독 체계와 은행 건전성 유지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헤지펀드는 일반 뮤추얼 펀드와는 투자성향이 다르다. 일반 뮤추얼 펀드가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며 다수의 소액투자자들과 함께 한다면 헤지펀드는 다양한 투자수단을 활용해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다.
소수의 고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부분 조세회피지역에 폐쇄적 투자조합의 형태로 설립된다.
현재 국내는 법령 내에서 허용된 운용방법을 규정해 놓고 각종 공시 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서상 IMF 외환위기를 촉발했던 과거의 경험과 최근 론스타의 ‘먹튀논란’ 등 해외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이지 못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허용 검토 발언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2005년 헤지펀드 자산규모는 1조1000억달러를 웃도는 등 세계적으로 대체투자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도입이 미뤄진다면 국제시장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헤지펀드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이뤄진다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자산운용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IB업무 및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와 이에 필요한 고급인력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물론 거대 헤지펀드의 청산시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헤지펀드 투자에 대한 강한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이 선결 조건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보험회사의 사모펀드(PEF) 참여를 이끌어내고 대기업 잉여현금을 PEF로 유치해 PEF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서브프라임 부실 “덜 된 증권화가 원인” = 최근 국제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도 근본적인 원인이 헤지펀드라는 주장은 오해라는 지적이다.
증권연구원 김민석 연구위원은 지난 4일 “일각에서 제기된 과도한 모기지 증권화가 부실을 키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권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실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증권화는 위험을 여러 투자가에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미국 모기지 은행들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다시 사줘야 하는 강제 조항(buy-back obligation)을 적용해 위험 분산 효과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한다”면서 “이를 알고도 무리하게 대출에 나선 은행에 서브프라임 부실의 원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주택이 담보되기 때문에 주택 가격 하락을 제대로 예측못한 모기지 회사들의 실수가 부실 사태를 촉발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 속에서 헤지펀드의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주장은 헤지펀드에 대한 인식부족과 막연한 두려움이라는 것.
그는 “헤지펀드 자체보다 이들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한 은행 등 기관투자자의 위험관리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