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법인세추징에 대해 하나은행에 유리하게 해석을 내리면 다행이지만, 만일 추징이 정당하다는 결론을 낼 경우 금융권 전체로 확대돼, 금융사간 인수합병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국세청의 세금추징은 과거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카드 계열사 합병과정에서도 있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국민카드와 합병하면서 국민카드의 충당금을 합병후 국민은행의 충당금으로 손비인정을 받았던 것을 국세청이 올해 세무조사서 밝혀내, 두차례에 걸쳐 4400억원을 추징했다.
국민은행은 국세심판원에 소송을 제기, 현재 세금추징불복소송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다르다. 과거 (구)하나은행은 부실이 심해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서울은행을 인수해 합병하면서 존속법인을 서울은행으로 하는 역합병을 했다.
이에 따라 (구)하나은행은 소멸법인이 됐고, 합병후 은행명칭을 하나은행으로 다시 정해 현재의 모습이 됐다. 이 같은 방식을 택하면 수년간 법인세를 덜 내는 효과가 있어 하나은행으로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국세청이 문제삼은 것도 이 대목으로 회계적 주체와 은행 명칭상 주체와의 차이에서 발생한 역합병이 법인세법상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즉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적자기업이 흑자기업을 인수하는 형식의 역합병은 안 된다는 것이다.
만일 국세청이 원하는 대로 된다면, 최악의 경우 서울은행의 합병 후 추정되는 이익에 대한 세금혜택을 제외한 (구)하나은행의 세금 면제이익에 대한 세금 역산부분과 대손비용의 손비인정액을 추징당하게 된다. 추산되는 금액만도 4200억원. 올해 증권가 예상 당기순이익 1조3000억원의 32%나 된다.
문제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고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세금추징의 정당성이 결정되면, 향후 부실금융기관이 발생해 우량금융기관이 이를 인수할 경우 하나은행과 같은 인수방식은 불가능해진다.
세금감면 부분에 대한 인수가액의 조정이 불가피하고 과거 정부차원에서 매각했던 서울은행, 조흥은행의 매각가격에서도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기업분석팀 박정현 애널리스트는 “재경부의 입장에서 쉽사리 유권해석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합병에 특례를 제정할 가능성이 높아 하나금융이 실제로 부담하는 세금추징액은 4200억원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