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증권·SK증권과 관련된 시장의 루머로 이들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몰리면서 증권선물거래소 매매체결 시스템이 지연되는 등 소동을 겪었다. 급기야 24일 거래소는 서울증권 보통주에 대해 매매거래를 정지하기도 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공시를 통해 M&A와 관련된 구체적이고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밝혔으나 시장매수세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증권의 모기업인 유진그룹이 모증권사와의 M&A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보았다는 소문이 시장에 돌면서 서울증권은 지난주 후반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또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후 SK증권에 대해 매각설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계열 증권사를 보유하지 못한 모 은행이 SK증권 인수에 근접했다는 소문으로 주가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 롤러코스터 장세 = 연일 상한가 행진에 동참했던 서울증권·SK증권·브릿지증권 등은 급등락을 거듭했다.
SK증권·브릿지증권은 24일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하면서 장중 2000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서울증권도 연일 상한가였으나 호가 폭주로 거래가 중지된 이후 하한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날 9.96% 내림세로 장을 마쳤으나 25일 다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상승세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변동성이 커지면 매매가 늘어나 증권사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증권주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연이어 급등한 중소형 증권주의 경우 구체적인 실적에 바탕한 상승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급등에 따른 가격 조정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급등에는 이들 종목이 액면가 500원으로 주가가 ‘싸보인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이는 개인의 매수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주는 코스피 2000시대의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SK증권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7월 24일 3263억원이었지만 이달 24일에는 1조6397억원으로 무려 402.46% 급증해 시총증가율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증권의 시가총액 증가율도 318.10%, 교보증권 206.26% 등 M&A 관련 증권주들의 시가총액은 1년 사이 크게 불었다.
최근 산업은행이 IB부문을 넘기기로 한 대우증권의 경우 1년 사이 시가총액이 2조5252억원에서 7조97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해 증권업종 대장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같은 증권업종의 강세의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해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호전될 것이란 기대감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장환경 이외에도 M&A관련 재료의 부각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개별 증권주의 M&A 이슈로 데이터 왜곡 측면이 강하다”며 “M&A 관련 증권주를 제외하면 다른 증권주의 거래지표는 일상적인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증권업종의 거래량이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울 만큼 과열돼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정 우려는 왜곡된 데이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증권주들의 급등락에도 불구하고 증권업종 전반의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 체결지연 지속 = 서울증권과 SK증권에 대한 매매체결이 지연되는 현상이 연일 발생했다. 서울증권은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매매체결이 지연됐고 매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거래소측은 “서울증권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하루 평균 호가는 2만7693건이었으나 24일 평소보다 1363% 급증한 37만7575건이었다”며 “매매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주식시스템은 ELW 2083종목을 포함, 총 3049종목을 20개 그룹으로 나눠 처리하고 있다. 한 그룹당 평균 160개 종목을 처리하고 있는 것.
거래소는 단기적으로 현행 종목별 매매거래 정지 요건을 개인투자자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 거래 증가 등 시장상황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기시간 및 매매체결 지연시간이 일정시간을 상회하는 경우 안내공시와 당해종목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하는 시장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호가폭주로 체결이 지연되는 종목에 대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마련해 매매거래 수량을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이 종목의 거래단위를 10주에서 100주로 늘리기로 밝혔다.
물론 이같은 대책은 최근 주식시장의 활황과 지수 2000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지만 거래소는 추석 연휴 이후 전산용량 증설이 이뤄질 9월말까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은 하루 최대 600만건까지 처리가 가능하지만 이를 1000만건으로 늘리고, 코스닥시장도 현재 500만건 수준에서 이후 700만건까지 처리용량으로 증설하겠다는 것.
그러나 거래소는 지난해 5월부터 투자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기 시작한 매매체결 지연 사태 올들어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대처를 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