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같은 영향으로 신용융자는 4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1월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넘어서면서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미수금이 급증했고, 이후 주가 하락 시기에는 이같은 미수금이 지수의 낙폭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 바 있다. 신용융자 증가 속도가 과도한 상황에서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반대매매 매물이 대거 출회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도 개인들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추세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도 커져가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에도 미수거래에 따른 연체이자와 위탁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올렸다. 이런 과거를 돌이켜볼 때 신용거래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미수금 잔액은 4월 중순까지 9000억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후 급감해 최근 1000억원대로 하향 안정화 됐다. 이에 따라 미수금 잔액을 합친 전체 레버리지 자금은 4조2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객예탁금 대비 외상잔액 비중은 33.1%로 1400선을 돌파했던 지난해 1월 25.9%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의 경우 과거 미수거래에 비해 돈을 빌리는 기간이 길어진 점을 제외하면 그 위험성은 미수거래와 같다고 지적했다.
◆ 개인 매매패턴 변화 = 개인들은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각각 6302억원, 105억원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이중 상당액이 신용융자를 통한 자금이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618억원과 2045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25억원 순매수하고 기관은 708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개인들은 현대차,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두산, 제일모직 등 특정 종목에 대해 집중적으로 ‘사자’에 나서면서 편중현상이 심화, 순매수 자금의 절반 이상이 이들 종목에 집중됐다.
개인 참여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도 LG텔레콤 969억원, CJ홈쇼핑, CJ인터넷에 500억원이 넘는 등 특정종목 집중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용융자가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만일 장세가 불안정해지면 이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낙폭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손실이 손실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증시의 추가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강하다”며 “이에 따라 신용거래 규모도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이 2003년 이후 개인의 매매 패턴을 조사한 결과, 지수 하락 때 주식을 사들이거나 지수 상승 때 내다 파는 확률은 72%였다. 증시 조정을 이용해 산 뒤 오를 때 되파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이 오를 때 주식을 사고, 떨어질 때 매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지수가 하락하면 주식을 매수했고, 지수가 상승한 뒤 매도한 확률이 각각 75%와 50%였다.
◆ 담보증권 대주 재개 = 한편 증권유통금융융자가 5000억원을 돌파했다. 증권유통금융융자는 증권사가 자기자금으로 고객에게 신용융자를 해 주는 것을 제외하고 신용융자를 위해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연 5.5% 정도로 빌리는 자금이다.
지난 15일 현재 5230억원으로 올 초 540억원, 3월말 1735억원에 비해 연초대비 10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증권유통금융융자가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이래 10년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증권금융은 담보증권을 활용한 대주업무를 재개할 방침이다. 주식시장이 하락할 경우에 대비,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금융의 이같은 업무재개는 1986년 이후 처음이다.
증권금융 박전규 시장지원팀장은 “증권유통금융 대주거래는 신용거래 융자 심화현상을 해소하고 시장이 하락할 경우에 대비해 시장 수급을 조절하게 된다”며 “일본의 경우 융자와 대주의 비율이 84%에 달하지만 우리의 경우 1%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